내기 골프 도중 상대에게 수면, 진정 등의 효과가 있는 약을 탄 커피를 몰래 먹여 수천만원을 딴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기 가평경찰서는 사기혐의로 박모(61)씨와 하모(58)씨 2명을 구속하고, 달아난 공범 1명을 쫓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박씨 등 3명은 지난 10월16일과 17일 가평군의 한 골프장에서 경기 상대인 중소기업 대표 A씨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탄 커피를 마시게 해 정신을 흐리게 한 뒤 1타당 1만~100만원 가량의 내기 골프를 쳐 2,000만원을 챙기는 등 같은 수법으로 2명에게 3차례에 걸쳐 4,2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박씨 등은 범행 전 골프장 식당에서 A씨에게 접근해 “한 수 가르쳐 달라”며 내기 골프를 제의해 경기에 끌어들였다. 또 범행대상 물색과 경기선수 등으로 역할을 나누고, 미리 의약품을 처방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경기 중 약을 먹은 피해자들은 “경기 도중 몸에 기운이 없고 손도 굳어져 계속 지게 됐다”고 진술했다. A씨 등 피해자 2명의 소변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은 도박 골프에 가담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것을 두려워해 진술을 꺼리는 피해자들을 설득해 피해 내용을 파악하고 골프장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박씨 등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의 여죄를 수사중이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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