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제가 감당할 수 없는 당 대표를 맡아서 심려를 끼치고 큰 죄를 지었다”며 “어떤 식으로든 심판해 주시고 당을, 보수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 됐지만 딱 두 달(뿐이었고), 나머지 두 달은 거의 형언할 수 없는 그런 지옥 같은 생활을 보냈다”는 소회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어마어마하게 긴 세월 같았는데 4개월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는 21일 당 대표직을 사퇴키로 한 것을 앞두고 미리 내놓은 퇴임사 성격이다.
이 대표는 특히 “(친박계) 3적, 5적, 8적, 10적 이런 말을 하는데 오늘 부로 거둬달라”고 당부했다. 친박계로 향하는 공세를 차단하고, 당의 분열 상황을 수습해 달라는 호소로 풀이된다. 그는 “저 이정현을 주적으로 삼아달라. 여러분 생각보다 훨씬 더 친박계였고, 오늘 이 사태의 절반은 책임이 저한테 있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저에게 돌팔매와 비난을 해주시고, 보수와 당을 살려달라”며 “어떤 것도 내려놓을 각오도 돼 있다”고 거듭 호소했다.
이 대표는 “33년 동안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에 몸 담으면서 매번 최선을 다했다”며 “앞으로 유승민 의원이 대통령이 되거나, 김무성 의원이 대통령이 돼도 유승민ㆍ김무성 사람으로 사는 게, 저 같은 촌놈이 살아가는 방식”이라고도 했다. 또 “혀를 다스리지 못해 너무 많은 죄를 짓고 있다”며 “서로를 보수의 자산, 우리 당의 자산으로 생각하고, 당을 깬다 나간다 하지 말고 지혜를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거위의 꿈을 접게 됐다”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한 마리 거위가 나는 걸 보여줘서 많은 거위들이 꿈을 갖고 벽을 깨고 나오길 바라는 심정으로 대표 임기 2년 동안 멋지게 한번 해보려 했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무수저ㆍ흙수저라는 사람들, 돈 없고 빽 없고 고향이 어디여서 출신 학교가 어째서 등 많은 벽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꿈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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