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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 사건서 2심제는 부당”… 로펌, 공정위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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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 사건서 2심제는 부당”… 로펌, 공정위에 ‘도전장’

입력
2016.12.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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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고법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3심제 예외로 재판 기회 줄고

사실상 공정위가 1심 역할” 주장

공정위 “3심제는 소송기간 길어

약자 불리… 경제민주화에 어긋나”

공정거래법 사건 2심제(현행)와 3심제의 비교 <자료: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법 사건 2심제(현행)와 3심제의 비교 <자료: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법 사건을 지금처럼 2심제(법원에서 두 번 재판 받을 기회를 줌)로 둘 것인지, 아니면 다른 민ㆍ형사 사건처럼 3심제(세 번의 재판 기회를 줌)로 바꿀지를 두고 대형 로펌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강력한 도전장을 던졌다. 국회에 이런 내용의 법 개정안이 계류 중인 상태여서, 2심제와 3심제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은 뜨거워질 전망이다.

13일 법무법인 태평양은 공정거래법 55조의 위헌성을 판단해 달라며 서울고법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재판부의 이름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된다.

문제가 된 공정거래법 55조는 ‘공정위 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은 서울고법에 낼 수 있다’고 규정해, 공정위 사건을 곧바로 2심 재판부가 관할하도록 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사건의 경우 법관의 재판을 받는 기회가 두 차례만 주어진다는 점에서 ‘3심제의 예외’로 간주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유독 공정거래법 사건에서만 재판받을 기회를 한 차례 덜 주는 게 기회의 평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대법원은 사실 관계를 심리(사실심)하지 않고 법률 적용의 적절성(법률심)만 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사건에서만 법관의 사실확정을 받을 기회가 한 번으로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특히 태평양은 행정기관인 공정위가 법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문제삼고 있다. 태평양은 “공정위 처분이 1심과 같은 공신력을 가지게 돼 처분 대상의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추정이 강해진다“며 “공정위 처분이 향후 손해배상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다른 행정사건보다 사실심리가 더 충실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3심제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고 항변한다. 3심제가 되면 소송 기간이 길어지는데, 이렇게 되면 공정위 사건의 주요 피해자인 중소기업이 가해자(주로 대기업)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시점이 더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일반 민ㆍ형사 사건에서야 재판을 많이 하면 약자가 유리할 수 있지만, 공정위 사건에서는 강자에게 유리한 구도가 될 수 있다”며 “3심제로의 변화가 경제민주화에 부합하는 조치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송을 한 번 더하면 대형로펌이 수임료 등으로 이익을 본다는 주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세계적 추세 역시 3심제보다는 2심제에 가깝다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공정위 집계에 따르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 조사대상 26개국 중 20개국이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서 2심제를 채택 중이다.

일단 관건은 고법 재판부가 신청을 받아들이느냐다. 재판부의 제청으로 헌재에 사건이 넘어가면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일반 헌법소원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국회의 움직임도 변수 중 하나다.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 등 야당의원 12명이 20대 국회에서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2심제에서 3심제로 제도를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현재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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