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개통 수서ㆍ동탄ㆍ지제역 신설
수도권 남부 강남권 출퇴근 용이
수서동 아파트값 1년새 17.5% 올라
동탄역 주변은 최대 2억 웃돈
“지제역 역세권 아파트 아직 없어
평택은 잠잠하지만 장기 호재”
“이미 값올라 호재 선반영인데다
SRT 만으론 교통에 한계” 시각도
이달 들어 수서고속철도(SRT)가 운행을 시작하면서 수도권 남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동탄, 평택 등 SRT 노선 인근 지역은 당장 출퇴근 시간이 단축되고, 주택ㆍ임대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의 미래 가치에 공감하면서도, 지역별 여건과 향후 부동산 상황 등 종합적인 조건을 함께 고려할 것을 권하고 있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개통된 SRT는 서울 강남의 수서역에서 출발해 동탄, 평택을 거쳐 경부ㆍ호남고속선과 합류한다. 고속철도 역으로 치면, 기존에 없던 수서ㆍ동탄ㆍ지제역 3개가 신설된 셈이다.
SRT를 이용하면 가령 동탄에서 수서까지는 15분이면 닿아, 수도권 남부 주민의 강남권 출퇴근이 편리해졌다. 분양대행사 포애드원의 이승화 차장은 “개통 시점이 불확실하던 시점의 호재와 달리, 실제 개통된 교통망 주변은 먼저 전월세가가 급등하고 집값도 꾸준히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SRT 역 주변의 기존 아파트값은 최근 1년 새 급상승했다. 그간 강남 변두리로 취급 받던 수서동의 경우, 이달 9일 기준 3.3㎡ 당 매매가(2,752만원)가 1년 전(2,341만원)보다 17.5% 올라 강남구 전체 상승률(10.5%)보다 높았다. 인근인 송파구 문정동 역시 1년 새 10%(1,882만원→2,063만원) 가량 뛰었다.
동탄 지역에서도 동탄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단지는 1년 전보다 5,000만~2억원 가량 웃돈이 붙은 상태다. 동탄역 앞의 D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동탄우남, 더샵센트럴, 한화꿈에그린 등 아파트들은 최근 다른 동탄 내 단지들 가격이 정체된 것과 달리 9월 이후 급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지제역이 있는 평택은 상승폭이 크지 않다. 역 주변이 산업단지 등으로 둘러싸여 ‘역세권 아파트’가 지금은 없는데다, 올해 평택지역에 2000년 이후 최대인 1만3,900여가구가 신규 공급됐기 때문이다. 지제역 주변 H부동산중개사무소 대표는 “아직 역 주변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편이라 당장 혜택을 보는 단지는 없다고 봐야 한다”며 “하지만 공급 물량이 많은 만큼 앞으로 유입인구도 늘 예정이고 SRT, 고덕지구, 미군기지 이전 등 개발호재가 잇따라 미래가치는 높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규 분양단지 가운데는 SRT 개통 호재를 볼 단지가 많지 않다. 분양업체들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잔금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최근 물량을 쏟아내고 있지만 막상 SRT 주변에는 눈에 띄는 단지가 없다. 수서역 인근인 서울 송파구 오금동 일대에서 분양중인 두산건설 ‘송파 두산위브’의 경우, 현재 269가구 중 일부 물량만 남은 상태다. 동탄2신도시 A-88블록에 들어서는 ‘동탄2 금호어울림 레이크2차’, 현대건설이 세교지구 3-1블록에서 짓는 ‘힐스테이트 평택 3차’, 대우건설ㆍ대림산업이 평택시 소사벌 택지개발지구 B1블록에 공급하는 ‘평택 소사벌 푸르지오’ 등도 현재 분양 중이지만 모두 역을 도보로 이용하긴 어려운 위치라는 한계가 있다.
업계에선 향후 SRT 활성화에 따라 이들 지역의 집값 상승여력은 있다고 보고 있으나 한편으론 우려도 적지 않다. 역세권 단지들은 이미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데다, 서울로의 출퇴근도 SRT 개통만으로 해소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SRT의 ‘통근 전용열차’는 수서~동탄역 사이에서만 한정 운행되며, 운행 횟수도 출근 시 동탄역에서 오전7시10분 출발, 퇴근시 수서역에서 오후6시50분 출발 등 하루 2번뿐이다. 이 외에는 일반 SRT를 탑승해야 하는데 요금이 통근열차의 2배 가량인 편도 7,500원에 달하며 배차 간격도 뜸한 편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SRT개통 효과가 상당 부분 선반영된데다, 특히 수도권은 내년부터 아파트 공급이 급증하는 악재가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며 “대중교통 수단이 추가로 조성되면 수요 증가로 임대료는 꾸준히 오를 수는 있으나 매매시장은 다양한 시장 변수를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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