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국정 운영 사실상 마비에
秋 “새누리 민생 내팽개쳐” 공세
역사교과서가 적폐 청산 첫 표적
“朴과 함께 탄핵된 것” 교육부 압박
이정현 대표 제외한 野政 협의 제안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 가결과 새누리당의 분열로 사실상 당정청 중심의 국정 운영이 멈춰섰다. 정권의 두 축이 공백 상태에 빠지자 야권은 ‘견제와 비판’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넘어 박 정부의 적폐청산까지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민생이나 경제 등 통상적인 국정 운영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몫으로 남기되, 국정교과서 추진 등 정치권에서 공방이 된 이슈들은 야권 주도로 해결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야권의 박근혜 색깔 지우기 대상에 외교 현안까지 포함돼 있어 또 다른 논란을 부르고 있다.
야3당 대표들은 13일 국회에서 만나 박 정부의 적폐청산과 개혁입법 추진에 적극 공조키로 합의했다. 야3당이 대표적으로 꼽은 적폐청산 대상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성과주의 도입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등 4가지다. 사드의 경우 미국 정부가 예정대로 배치한다는 입장을 확인한 상태여서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개혁입법은 이른바 ‘최순실 우병우 방지법’으로 대표되는 국회 증언 및 감정법 개정안을 필두로, 재벌ㆍ경제ㆍ사회 분야가 망라돼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새누리당이 당권 싸움으로 민생을 내팽개쳤다”며 “새누리당의 분란 속에 야3당이 사회개혁 요구와 열망을 담는데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야3당은 또 국정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최대한 이른 시점에 정당 대표들과 황 권한대행 간 회동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제외한다고 밝혀, 여야정 협의가 아닌 사실상 야정(野政) 협의를 황 권한대행에게 압박했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3당 대표들은 완벽한 협의체 구성과 운영 방식 등을 결정하는 것보다 최대한 신속히 회동을 가지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해, 이번 주 내 회동을 요구했다.
야권은 박 정부 적폐청산을 위한 국회 절차에도 돌입했다. 첫 표적은 국정교과서 추진 문제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앞장 섰다. 교문위원장인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교육부의 현안보고 전체회의에서 “교문위 차원에서 17개 시도 교육청을 상대로 국정교과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 경북교육청 한 곳만 국정교과서에 찬성하고 대구 대전 울산 교육청은 판단 유보, 나머지 13개 교육청은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교육부를 압박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도 “박 대통령이 범법자로 탄핵됐으면 역사교과서도 탄핵된 것”이라며 국정교과서 추진을 즉각 멈출 것을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의 성토에도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정교과서 제작 강행의 뜻을 밝혔다. 이 부총리는 “언론에서 국정교과서 1년 유예 방안 등 여러 추측이 제시됐지만 이를 실제로 검토한 적은 없다”며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이념과 상관없는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 등 61명의 의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특검의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신규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진행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신규 면세점 선정 중단이 황 권한대행의 첫 번째 임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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