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여야정 협의체 제안에
국정운영 충돌 부담 “검토 중…”
국회와 소통하겠다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하자마자 국회와의 협치(協治)를 두고 미적대고 있다. 국회와의 협의 채널로 논의되고 있는 여야정(與野政) 협의체가 여당의 내분 사태 등으로 사실상 야정(野政) 협의체가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야권에 일방적으로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야권과의 소통에 소극적인 모습만 보일 경우 박근혜 정부의 ‘불통 국정운영’을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실은 13일 별도의 자료를 내고“정치권에서 여ㆍ야ㆍ정 협의체와 관련한 구체적인 제의를 해오면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ㆍ야ㆍ정 협의체 구성과 관련한 국회의 논의가 진행될수록 황 권한대행 측의 곤혹스러운 표정도 짙어지는 분위기다. 야 3당이 이날 제안한 정당대표와 황 권한대행 간 회동은 사실상 ‘야ㆍ정 협의체’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야 3당은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더라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와는 논의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정현 대표가 21일 사퇴한 후 비상대책위원장을 친박계가 다시 맡을 경우 여당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은 어렵게 된다.
황 권한대행이 야권의 제안을 수용하면 사실상 야당의 공세를 황 대행이 혼자 막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총리실의 고민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국정교과서 등 야권이 반발해온 박근혜표 정책 뒤집기가 시도될 수 있고, 이는 보수 성향의 황 권한대행의 국정운영 방향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야3당의 제안을 검토중”이라면서도 “여당과 함께 협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아무래도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20~21일 국회 대정부 질문 출석 요구에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총리실은 “대정부 질문 출석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 출석한 전례가 없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한편 황 대행은 이날 학계·언론계 원로들과의 오찬 간담회를 갖고 국정 수습 방안에 대한 조언을 들었으나, 총리실이 참석자를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이게 소통하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반발이 일자 뒤늦게 참석자와 발언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는 남시욱 전 문화일보 사장과 김대중 전 조선일보 주필, 최우석 전 삼성경제연구소장, 이영작 전 한양대 교수 등 보수 성향의 인사 6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당분간 여야 정치권과 부딪치지 않도록 여야정 협의체에도 적극 참여하는 것이 좋을 것” “국회, 특히 야당에 협조를 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등의 의견을 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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