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8명 추가 임명 반발
기존 위원 7명 일괄 사퇴
이진곤 새누리당 윤리위원장이 13일 친박계 지도부가 윤리위원회를 친박계 위주로 재편한 데 반발해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윤리위의 유일한 당내 인사인 정운천 의원을 비롯한 윤리위원 전원도 일괄 사퇴하기로 했다. 윤리위를 거수기로 전락시키기 위해 꼼수를 뒀다가 ‘윤리위 붕괴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저녁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윤리위원 긴급간담회를 주재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여기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면서 “윤리위원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또 자신을 비롯한 기존 윤리위원 7명이 모두 사퇴하기로 했으며, 이날 강의 때문에 연락이 닿지 않는 심재철 고려대 교수를 제외한 6명은 즉각 물러난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친박계 당 지도부가 당 윤리위원회를 들러리로 전락시켰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당 윤리위는 당헌ㆍ당규에 따라 위원을 15명까지 둘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이 위원장을 비롯한 7인 체제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윤리위가 오는 20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징계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친박계 지도부가 친박계 윤리위원 8명을 추가로 임명하며 윤리위 장악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박 대통령보다 보수의 가치와 보수 정당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윤리위 차원의 결정에 따라 20일 최종 징계 결과를 내놓기로 했었다”며 “박 대통령이 재심을 요청할 권한이 있고, 최고위에서도 징계결과를 비토할 권한이 있는데 (친박계로 윤리위를 재편한 것은) 윤리위에 정치적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앞서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대출ㆍ이우현ㆍ곽상도ㆍ이양수 의원과 원외 인사 4명 등 친박계 인사 8명을 당 윤리위원으로 추가 임명하기로 의결했다. 의결 정족수(재적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를 친박계로 채워 현재 논의 중인 박 대통령의 출당 등 징계 조치를 막고 대신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비주류 핵심인사들을 출당시키려는 사전 정지작업이란 해석이 많았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