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 등 참여한 행사장서
손학규 “제7공화국 건설 앞장”
김부겸은 ‘촛불 개헌’ 개인 성명
안철수 “개헌 논의 시작 가능”
손학규 등에 노골적인 러브콜
셈법 제각각 폭발력은 미지수
포스트 탄핵 정국이 시작되자마자 야권 개헌파 잠룡들이 개헌을 매개로 세 결집에 나섰다. “개헌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맞서 개헌을 고리로 ‘비(非) 문재인 연대’의 깃발을 올린 것이다. 문 전 대표뿐만 아니라 이재명 성남시장 등 야권 선두 그룹이 개헌에 부정적인데다, 개헌론도 백가쟁명 식이어서 어느 정도의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개헌 거부하면 文도 제2의 박근혜” 비문 연대 출정식 방불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 정국에서 주춤했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13일 “제7공화 건설에 나설, 개혁의 전사들을 한데 묶는 일을 하겠다”며 ‘국민주권개혁회의(가칭)’란 이름까지 지어 개헌 세력 연대의 시작을 알렸다.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 행사 기조연설에서다.
실제 이날 행사장은 여야를 넘나든 전ㆍ현직 의원 50여명이 대거 얼굴을 비춰 ‘비문 개헌파’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민주당에선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를 비롯해, 박영선 이종걸 의원 등 비문 의원들이 참석했고 국민의당에선 김동철 비대위원장과 박지원 원내대표, 안철수 전 대표 등 지도부까지 총출동했다. 새누리당 비박계에서도 정진석 전 원내대표와 주호영 강석호 이주영 의원 등이 왔다.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창립기념식이 아니라 창당대회 인줄 알았다”고 했다. 손 전 대표는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창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두고 보자”고 말했다.
손 전 대표는 이날 개헌에 반대하는 문재인 전 대표를 “제2의 박근혜”에 빗대며 나라를 제대로 바꿔보자는 광장의 요구를 묵살하는 기득권 세력이라고 파상 공세를 폈다.
손 전 대표는 “개헌론에 불이 붙으면 대권의 길이 멀어지니까 (개헌에 반대)하는 거 아니냐”며 “나만 대통령이 되면 된다는 말로서 이는 호헌세력의 진면목”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종인 전 대표는 “개헌은 두 달이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측면 지원을 폈다. 김부겸 의원도 이날 오전 개인성명을 통해 ‘촛불개헌’을 역설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헌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도 부정적이다.
국민의당은 제3지대 러브콜, 與 책임론 물타기로 개헌 활용
정치권은 이 같은 개헌론에 대해 후발 대선 주자들이 대선 판을 흔들고 제3지대 정계 개편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띄우는 애드벌룬으로 보고 있다.
당장 이날 국민의당 의원들은 개헌 자체보다는 손 전 대표를 입당시키기 위한 러브콜로 개헌 카드를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행사장에서 “이렇게 같은 사람은 같은 집에 살아야 된다”며 “박근혜 없는 대한민국을 손학규와 함께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장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대선 전 개헌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며 일축했었다. 조기 개헌에 부정적이던 안철수 전 대표가 이날 갑자기 “개헌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긴 것도, 손 전 대표를 의식한 ‘공수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여권에서도 개헌론은 보수 지형 새 판 짜기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다. 당장 이날 손 전 대표가 ‘개헌 세력은 곧 개혁 세력’이라는 프레임을 내건 만큼 여권이 개헌론에 편승해 최순실 게이트의 책임론 물타기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개헌이 정치적 책임을 희석하는 수단으로 사용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야권 고위 관계자는 “개헌이 없으면 무슨 수로 제3지대를 뭉치게 하겠냐”고 반문한 뒤 “개헌보다는 개헌 잿밥으로 개헌론이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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