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 이틀째 행장실 점거
금융노조 “정부가 갈등 조장”
8개 시중은행 경영진이 일제히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 또는 논의(수협은행)한 이튿날인 13일 은행권은 벌집을 쑤신 듯 종일 뒤숭숭했다.
금융노조 산하 농협지부는 이날 이틀째 농협은행장실 점거를 이어갔고 다른 은행 노조들도 성명서를 내는 등 경영진에 날을 세웠다. 산별노조인 금융노조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정무위원회 소속 김영주 이학영 정재호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규탄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국정혼란을 틈타 민간은행에까지 불법적 성과연봉제 이사회 의결을 강압했다”면서 “대통령이 탄핵되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정부가 노사 및 노정 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도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금융개혁 핵심과제인 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어붙인 것은 촛불민심에 역주행하는 부적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국회의원 몇 명이 아닌 야권 전체가 이에 호응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은행권에서는 전날 기습적인 이사회 의결의 배경을 두고 갖은 추측이 제기됐다. 금융위가 은행들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특정 은행이 먼저 이사회 의결을 하면 금융노조의 집중 표적이 될 수 있어 동시에 이사회를 개최하기로 자율적으로 합의한 것”이라며 부인했다. 그러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자체적인 성과연봉제 도입 스케줄이 있던 상황에서, 금융위 지시 없이 집단적으로 이사회 의결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 부산 광주 대구 등 지방은행 6곳은 아직까지 이사회 의결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에서 먼저 매듭 지어지면 지방은행도 따라가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