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붐 조성 순항
16일 개막 쇼트트랙 월드컵 예매율 90% 육박
스피드스케이트장 사후 활용 방안 감감
올림픽 끝나면 애물단지 전락 우려
강원 강릉시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빙상 종목이 열리는 곳이다. 강릉시 교동 올림픽파크 내 아이스아레나에서 한국의 메달 밭인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 종목, 강릉 컬링센터에선 ‘빙판 위의 체스’라 불리는 컬링 종목이 열린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내년 2월 완공을 목표로 8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빙상의 성지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시설 공사를 거의 마쳐가는 단계다.
동계올림픽의 최고 인기 종목인 남녀 아이스하키도 강릉원주대와 관동대에 들어서는 두 곳의 하키센터에서 펼쳐진다. 개폐회식이 열리는 평창이 올림픽 주개최지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면, 강릉은 한국의 메달박스와 세계인이 주목하는 ‘빅 이벤트’가 마련돼 실리를 찾을 수 있는 서브 도시인 셈이다.
올림픽을 향한 첫 번째 무대는 16일부터 사흘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2016 KB 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프레올림픽 성격의 테스트 이벤트인 이번 대회에는 강릉 출신 쇼트트랙 여제 심석희(19)를 비롯한 세계 톱 클래스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다. 국내외 언론도 대한민국 동쪽 끝에 자리한 강릉의 준비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대거 강릉 아이스 아레나를 찾는다.
빙상연맹과 평창올림픽 조직위, 강원도, 강릉시는 동계올림픽으로 가는 첫 단추를 잘 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지난달 말 추락했던 강릉아이스아레나 대형 전광판에 대한 보수공사를 마쳤고, 올림픽파크 주변 연결도로 등 인프라 구축도 마무리 했다.
강릉시는 특히 붐 조성 행사에 나서 쇼트트랙 월드컵 티켓 예매율이 90%에 육박하는 성과를 냈다. 시는 또 퓨전국악과 타악 퍼포먼스 등 독특한 강원 영동지역 문화를 세계에 알릴 문화이벤트도 마련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경기장 내에 올림픽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진또배기(솟대), 국가무형문화재인 강릉 관노가면극, 강릉 농악을 매일 한 차례씩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쇼트트랙 월드컵 시리즈를 시작으로 2017년 2월 9일부터 나흘 동안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ISU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2월 16~19일까지 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가 열리는 등 빙상 경기 종목별로 평창동계올림픽 테스트이벤트가 잇따라 열린다.
강릉시는 장기적으로 유무형의 올림픽 유산(lagacy)을 활용, 새로운 한국빙상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올림픽을 일회성 호재가 아닌 지속가능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로 삼는다는 것이다.
강릉시와 강원도는 5개 올림픽 경기장 가운데 4곳의 사후활용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3월 대명그룹이 남자 아이스하키팀을 창단, 강릉 하키센터를 홈 구장으로 아시아 시리즈에 참여할 예정이며, 강릉 컬링센터는 올림픽이 끝난 뒤 임시시설물을 철거해 청소년 문화시설로 활용한다. 쇼트트랙과 피겨 종목이 예정된 강릉 아이스아레나 본 경기장은 올림픽 이후 액티브 실내스포츠 스타디움이나 엔터테인먼트 플라자로 변신시켜 수익을 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가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활용방안을 찾는 것이다. 이 경기장은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가 당초 철거키로 했던 경기장을 존치시키는데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논란의 중심인 동계스포츠 영재재단 기획안에 이름이 오르내린 탓에 이미지가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선뜻 올림픽 이후 맡겠다는 단체나 기업이 없는 이유다. 강원도는 스피드 스케이트장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국가대표 훈련장으로 활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고만 밝히는 상황. 현재로선 올림픽 기간 불과 보름 간 사용한 후 애물단지로 남겨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일부 전문가는 강릉 하키센터 이외에는 사후활용 방안이 시민체육 시설이나 공연장 활용 등 여전히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기대가 컸던 대한빙상연맹과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컬링연맹 등 빙상 관련 단체나 지부의 강릉 이전도 답보상태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휘말려 이들 사안이 뒷전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강릉시 관계자는 “협회 이전 등은 중앙부처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최근 얘기가 쑥 들어간 상태”라고 전했다.
쇼트트랙 월드컵 시리즈를 앞두고 싸늘하게 식었던 열기를 지자체와 강릉시민들이 나서 불씨를 살렸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올림픽 이후 강릉이 한국빙상의 성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강원도가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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