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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청산, 현대상선 왕따… 해운 구조조정 대참사

입력
2016.12.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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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자산 매각 후 청산 수순

美 터미널은 외국사에 넘어갈 듯

현대상선은 '반쪽 해운동맹’ 불안

작년 세계5위 한국해운 벼랑끝

“현대상선을 세계 5위권 선사로 키워 한진해운을 대체하겠다”고 자신한 정부의 해운업 구조조정 청사진이 무색해지고 있다. 세계 7위였던 한진해운은 청산의 길로 들어섰고, 하나 남은 국적 원양 선사인 현대상선도 어정쩡한 해운동맹 가입으로 경쟁력을 의심받고 있다. 그 사이 한진해운의 빈 자리는 글로벌 ‘해운공룡’들의 차지가 됐다. 현대상선의 한진해운 자산 인수도 삐걱대고 있다. 해운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밑그림도 그리지 못한 정부의 무능과 해운업 이해가 부족한 금융권의 근시안적 결정이 빚은 구조조정의 참사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13일 서울중앙지법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은 이날 법원에 최종 실사 결과를 보고했다. 삼일회계법인은 한진해운 청산가치를 1조7,900억원으로 산정한 뒤 존속가치는 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미주ㆍ아시아 노선 등 핵심 자산이 날아갔고 141척이었던 선박은 가압류를 제외하면 0척이 돼 영업을 계속할 기반 자체가 붕괴됐기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은 최종 보고서를 늦어도 14일까지 법원에 제출한다.

이에 따라 내년 2월 3일이 기한인 한진해운의 회생계획안 제출도 의미가 없어졌다. 남은 자산 매각이 마무리되면 법원은 회생 절차를 끝내고 청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1977년 출범해 39년간 대양을 누빈 한진해운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 가입을 ‘2M+H 전략적 협력’이란 형태로 마무리한 현대상선의 항로도 불안한 상태다. 2M 정식 회원사인 세계 1위 선사 머스크와 2위인 MSC는 적재공간(선복)을 공유하는 관계지만 현대상선은 선복을 매입ㆍ교환하는 한 단계 낮은 협력 수준에 그쳤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실리를 취한 최선의 선택”임을 항변하고 있지만 “진정한 동맹으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당초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가입을 조건부 자율협약의 3가지 조건 중 하나로 내세웠다. 현대상선이 지난 7월 2M과 공동운항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자 산은은 이를 완수한 것으로 인정했다. 반면 한진해운에 대해서는 내년 출범할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가입을 완료했는데도 운영자금 확보에 실패했다며 법정관리로 내몰았다.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자 정용석 산은 부행장은 지난 12일 기자 간담회에서 “해운동맹을 형태만 갖고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더구나 정부가 현대상선에 밀어주겠다고 한 한진해운의 미주ㆍ아시아 노선은 결국 대한해운이 이어받았다. 한진해운이 자회사(TTI)를 통해 보유한 미 서부 롱비치터미널도 2대 주주인 MSC에 넘어갈 공산이 커진 상황이다. 국내 기업의 컨테이너 터미널을 외국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김충현 현대상선 부사장도 “속상하지만 맞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해운업은 국내총생산(GDP)의 2.5%에 해당하는 매출액 39조원을 책임졌다. 외화 266억 달러를 벌어들인 7위 수출산업에 세계 5위의 경쟁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거치며 위기는 더 심화했다. 김태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정책연구실장은 최근 ‘해운업 구조조정, 왜 실효성 없었나’란 보고서를 통해 “국책은행이 해운업의 역할을 이해하는 금융 정책을 펴지 못하고 리스크에만 집중하다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동현 평택대 교수도 “해외 업계 인사들을 만나면 우리 해운 구조조정을 의아하게 생각한다”며 “무능한 정부가 해운업을 이 지경까지 몰고 왔다”고 비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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