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사실 넘어 통찰 제공해야”
속보보단 양질의 콘텐츠가 중요
전통적 저널리즘과 지향점 달라
빅데이터를 스토리텔링 영역으로
저널리즘의 전문성ㆍ심층성 강화
뉴스 소비자 몰입 끌어올리기도
독자 상호작용이 미래 저널리즘
저널리즘, 단순한 답 제시 넘어
담론의 장 열어야 할 의무 있어
신동희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최근 들어 언론사들의 대학평가는 다반사로 이뤄지는 연례행사와 같은 일이 됐다. 해당 대학의 교육수준 및 교수진의 연구질을 평가해 국내ㆍ외 대학들을 놓고 순위를 발표하는데 그 영향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대학들은 언론사에 의한 평가가 상시적으로 벌어지는데 대해 반대하면서도 결국 언론사들의 눈치를 보면서 발표되는 평가 순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이와 반대로 대학들의 신문방송학 관련 교수들이 언론사를 평가해 발표하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다른 조직을 평가하는 데 익숙한 언론사가 거꾸로 대학의 평가를 받는 게 불편할 수밖에 없지만 어느 매체가 보다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 독자에게 제공하는지를 측정한 결과가 나온다면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세계 미디어 산업계와 학계는 최근 인공지능(AI)과 로봇 저널리즘 등 보도 기법의 진화 속에서 오히려 누가 질적으로 뛰어난 콘텐츠, 즉 ‘퀄러티(Quality)저널리즘’을 펼칠 수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생산자보다 뉴스 소비자의 이익과 흥미에 소구하면서도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를 저버리지 않는 이러한 퀄러티 저널리즘이야 말로 세계 미디어 업계가 공히 추구하는 방향이라는 데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데이터기술 발달로‘퀄러티’에 방점
미국 뉴욕대학교 저널리즘스쿨의 미첼 스티븐스 교수는 최근 저서 ‘비욘드 뉴스(Beyond News)’에서 미래 뉴스는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해석과 분석을 통한 통찰과 독창적인 관점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다 빠르고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등 오히려 속보성을 강조한 저널리즘이 미래지향적인 언론으로 평가받던 추세와는 완전히 다른 지향점을 제시한 것이다. 이른바 저널리즘의 전통적 사실전달 기능을 넘어서는 ‘지혜의 저널리즘’을 강조했다고 보여진다.
이처럼 각종 데이터 처리기술이 발달하면서 실시간으로 뉴스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속보성 기사들은 점차 가치가 낮아지고 있다는 주장이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자들보다 빠르게 데이터를 분석해 뉴스를 생산해서 블로그 등 개인 미디어로 유통할 수 있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기존 언론사들이 넘치도록 생산해내는 콘텐츠들의 시장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이다. 전문가들은 “콘텐츠 과잉의 시대에 단순 정보나 데이터 요약을 넘어서는 질적으로 뛰어난 뉴스에 대한 욕구는 계속 치솟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정보만 찾지 않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 그리고 정보를 찾아낸 후 그 이면을 캐내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언론에 돈을 내고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을 준다는 얘기다. 1450년 구텐베르크에 의해 인쇄매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후 계속해서 가치를 더해온 속보성을 대신해, 진보한 보도방식보다 조금은 느리지만 양질의 콘텐츠를 중요시하는 ‘지혜의 저널리즘-퀄러티 저널리즘’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스티븐스 교수는 전반적으로 저널리즘의 가치가 쇠퇴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이유가 컴퓨터 기술 발전 때문이기도 하지만 팩트(사실)에 천착한 나머지 관점과 전망을 보여주는 데 서툰(failures of perspective) 기존 언론사들의 보도 태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퀄러티 저널리즘을 지향하고 있는 여러 글로벌 미디어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단순 데이터 전달이 아닌 내면 보여야
미국 인터넷 미디어의 최고 첨병인 복스 미디어(Vox Media)는 사실중심 취재와 보도를 넘어서 특정 사건이 내포하고 있는 역사적 의미, 사회적 파장 등 내면에 담긴 스토리를 끄집어내 독자에게 자세히 설명해주는 보도기법을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선정적이고 가벼운 소재들을 주로 다루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 유통 뉴스들과 차별화해 저널리즘 특유의 신뢰성, 전문성, 심층성을 강화하면서 뉴스 소비자의 몰입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법으로 평가된다.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통계학자인 네이트 실버가 운영하는 홈페이지(FiveThirtyEight.com)는 지난 미국 대선 당시 표분석을 통한 정치지형 보도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사회문화정보와 스포츠 경기까지 흥미롭게 분석해 읽을거리로 가공해내고 있다.
미국 언론인들은 빅데이터 전문가인 실버가 오히려 스토리텔링에 기운 장문의 글로 네티즌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모습에서 기존 언론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퀄러티저널리즘의 전형을 발견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으로 가득 찬 정보 홍수시대에서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는 독자의 능력을 한 단계 격상시켜줄 수 있으려면 속성의 데이터분석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저널리즘이 단순한 답을 주기보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를 찾아내고 담론의 물꼬를 터야 한다. 콘텐츠를 그냥 독자와 뉴스소비자에게 던져주는 게 아닌, 이들과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 스토리텔링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찾아내는 과정이 저널리즘의 작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티븐스 교수는 미래 저널리즘의 전형으로 ‘지혜의 저널리즘’을 역설하면서 ‘5I’를 제시했다. 전통적인 뉴스를 구성하는 육하원칙(5W1H)이 아닌 5I, 즉 현명하고(Intelligent), 완벽한 숙지를 통해(Informed), 해석적이며(Interpretive), 통찰력(Insight)있는 분석으로 새로운 사실을 깨우쳐주는(Illuminating) 게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육하원칙을 대신할 이러한 원칙이 보다 중요하게 언론현장에서 다뤄진다면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잡다한 정보성 기사들을 생산해내면서 독자를 앗아가는 값싼 저널리즘과 충분히 맞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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