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나의 중국’ 협상 움직임에
대만ㆍ이란 등 관련 카드도 떠올라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도마에 올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북핵 문제와 무역ㆍ통상분야에서의 보복 가능성까지 거론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현지언론 인터뷰에서 하나의 정국 정책을 협상카드로 활용할 것임을 시사한 데 대한 중국 정부의 반발 강도는 점차 높아지는 모습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전격적으로 통화했을 때와 달리 최고지도부의 일원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까지 나섰고 전반적인 발언의 수위도 높아졌다.
중국 공산당 서열 4위인 위정성(兪正聲)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은 지난 12일 시안(西安)사변 80주년 좌담회에서 “대만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아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의 평화발전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중화민족은 영토주권과 양안의 평화발전을 위해 국가를 분열시키는 언동에 결연히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차이 총통을 겨냥한 발언이지만 내심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쏜 화살이었다.
중국 정부의 외교수장인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발언에는 날이 서 있었다. 그는 스위스 방문 중 현지 기자들과 만나 “내가 명확히 말할 수 있는 건 차이잉원 당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떤 사람이나 어떤 세력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파손하려고 시도하고 중국의 핵심이익을 훼손한다면 결국 돌을 들어 제 발등을 찍는 격이 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런 가운데서도 중국 정부는 구체적인 반격 카드를 언급하지는 않는 등 여전히 신중모드를 유지하고 있지만 관영매체와 학자들은 달랐다. 환구시보는 “트럼프의 발언은 전략적으로 중국을 얕보며 공갈ㆍ협박카드를 던진 것”이라며 “중국과 미국의 국력 격차가 역사상 가장 좁혀진 지금 우리는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팔씨름을 할 만큼 충분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교수는 “트럼프가 양자 관계를 악화시킨다면 주미 중국대사 소환이나 경제 제재, 군사행동 등 중국으로부터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쓸 수 있는 반격 카드로 무역ㆍ투자, 북한, 기후 변화, 대만, 이란 등 다섯 가지를 거론했다. 트럼프는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비판했지만 중국이 대북 무역ㆍ원조ㆍ투자 강화 등으로 트럼프 당선인을 압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문제로 미국에 화가 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와 함께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을 표적으로 삼거나 통화가치를 전략적으로 절하할 가능성, 이란과의 교류 전면화, 대만을 찾는 중국 관광객 축소 등도 중국이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보복 수단으로 적시했다.
중국 내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자국 대기업의 해외공장을 미 본토로 옮기게 하는 제조업 부흥전략을 이행할 경우 딸인 이방카 트럼프의 중국 내 신발사업도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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