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 부자로 꼽히는 왕젠린(王健林) 다롄 완다그룹 회장이 아들 대신 전문경영인을 후계자로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왕 회장은 지난 주말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된 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아들에게 승계 의사를 물었더니 나 같은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면서 “젊은이들은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 같으니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우리는 이사회에 앉아 그들의 회사 운영을 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보도했다. SCMP는 왕 회장이 후계자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왕 회장을 이을 전문경영인이 누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88년 설립된 완다그룹은 부동산 개발에서 시작해 쇼핑몰, 호텔, 테마파크, 영화관 체인 등을 운영하는 복합기업으로 성장했다. 자산 규모가 6,340억위안(약 107조원)에 이르며, 최근 국내 최대 광고대행사 제일기획 인수 후보자로 떠올라 국내에도 알려진 기업이다.
28세인 왕 회장의 아들 왕쓰충(王思聰)은 현재 사모펀드 프로메테우스 캐피털을 운영하고 있다. 127억위안 상당의 완다그룹 지분 2%를 소유하고 있기도 한 왕쓰충은 그간 인터넷 게임과 e스포츠 분야 투자에서 상당한 수익을 거뒀고, 지난해에는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바나나프로젝트를 설립해 한국 연예인들을 대거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9월 반려견에게 고가 스마트폰 8대를 선물한 사진을 SNS에 게재해 중국판 ‘금수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근래 들어 할리우드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온 왕 회장은 이 연설에서 미국 당국이 엔터테인먼트 기업 인수를 막을 경우 상당한 규모의 미국 내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미 의회에서 완다그룹의 공격적인 미국 기업 인수에 대한 심사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데 대한 반박이다. 왕 회장은 “나는 미국에 10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직원 2만명이 있다”면서 “무엇이든 잘못되는 일이 있으면 2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메시지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에게 전해줄 것을 미국영화협회(MPAA) 회장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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