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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포커스] 롤링스톤스 꿈꾸는 빅뱅 “멋 없으면 내려올 거다”

입력
2016.12.1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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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빅뱅의 리더인 지드래곤(오른쪽)은 "멤버들끼리 술을 먹을 때면 늘 '멋지게 늙자'란 말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빅뱅의 리더인 지드래곤(오른쪽)은 "멤버들끼리 술을 먹을 때면 늘 '멋지게 늙자'란 말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나이가 들어서 나, 어른이 되나 봐요.” 그룹 빅뱅은 13일 낸 신곡 ‘라스트 댄스’에서 “왜 이렇게 불안할까”라고 읊조린다. 빅뱅은 내년 2월 탑(29)을 시작으로 멤버들이 차례로 입대를 앞두고 있어 앞으로 적어도 3년은 함께 활동하기 어렵다.

“지금 어디로 가는지”… ‘라스트 댄스’는 빅뱅의 ‘서른 즈음에’

얼굴에 솜털이 보송보송하던 초·중학생의 나이에 가수가 되기 위해 YG엔터테인먼트(YG)로 들어 간 다섯 사내는 어느덧 서른을 앞두고 있다. 청춘의 열정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교차하는 시기다.

빅뱅은 성장통을 자연스럽게 ‘라스트 댄스’에 녹였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빅뱅은 “그 시절 기억들이 아직도 꿈만 같은데”라며 데뷔 시절을 되돌아보면서도 “난 지금 어디로 가는지”라며 앞으로 펼쳐질 삶에 대해 물음표도 던진다. ‘라스트 댄스’는 빅뱅 판 ‘서른 즈음에’ 같다. 멤버들에게도 각별한 노래다. 이날 서울 마포구 YG 사옥에서 만난 지드래곤은 “지난 10년을 마무리 짓는 앨범에 실릴 노래인 만큼, 우리뿐 아니라 또래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내고 싶었다”고 곡을 만든 계기를 들려줬다. 태양은 ‘라스트 댄스’를 “100번 넘게 들었다”며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애착이 큰 노래로 꼽았다. “성숙한 빅뱅을 확인할 수 있는 곡”(김성환 음악평론가)이 ‘라스트 댄스’다.

◆‘에라 모르겠다’ 등 빅뱅 세 신곡에 대한 한 줄 평

※ ★ 다섯 개 만점(☆는 반 개), 이름=가나다 순

19개월 만에 찍은 ‘메이드 시리즈’ 마침표

빅뱅은 이날 ‘라스트 댄스’를 비롯해 ‘에라 모르겠다’와 ‘걸 프렌드’ 세 신곡을 공개하고 ‘메이드 시리즈’(MADE SERIES)를 완성했다. 2015년 8월 ‘쩔어’와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가 실린 ‘E’ 발표 후 16개월 만이다. 2006년 데뷔한 빅뱅은 올해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해 5월 ‘루저’와 ‘배배’가 실린 ‘M’을 시작으로 8월까지 매달 싱글 앨범을 내며 일명 ‘메이드 시리즈’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데뷔 10주년 프로젝트에 마침표를 찍기까지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승리) 태양은 “앞서 싱글 프로젝트가 기대 이상으로 사랑을 받아 멋있게 마무리하고 싶은 부담이 커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이런 고충은 신곡 ‘에라 모르겠다’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다. “‘메이드 시리즈’를 완성하려 녹음 스튜디오에 모여 있는데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거예요. 과연 이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을까란 의심까지 들었죠. 고민을 하다 누군가 ‘에라 모르겠다’란 말이 터져 나와 그 심경을 곡 제목으로 쓴 거예요, 하하하.”(지드래곤)

빅뱅이 이십 대 끝자락에 준비한 ‘마지막 축제’에는 여유가 흐른다. ‘라스트 댄스’와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에라 모르겠다’는 차분한 비트에 쓸쓸한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배배’나 ‘뱅뱅뱅’처럼 한 번에 사로 잡을 강렬한 후렴구는 없지만, 세련되게 무르익은 빅뱅의 멜로디 감각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걸프렌드’는 힙합 댄스 곡이지만, 실제 드럼 연주를 활용해 따뜻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유행을 너무 빠르거나 늦지 않게 섞을 줄 아는 영리함과 10년 차의 여유”(김윤아 음악평론가)를 엿볼 수 있는 곡들이다. 빅뱅이 낸 세 신곡은 이날 멜론, 엠넷, 지니 등 국내 8개 음원 사이트의 1∼3위를 휩쓸었다.

“쪽팔리게 살지 말자”… 10년 동안 한결 같은 채찍질

올 상반기 극장에서 개봉한 빅뱅 1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영화 ‘빅뱅 메이드’에서 한 외국인 여성은 “빅뱅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빅뱅은 국경을 넘어 ‘인류 문화’가 됐다. 빅뱅은 K팝 한류를 이끄는 가장 큰 브랜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빅뱅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4,400만 달러(약 513억 원)의 수익을 거둬 ‘30세 이하 유명인 수입 톱30’에서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데뷔 초 매달 신곡을 내 방송사 카메라 감독이 안타까워할 정도로 쉼 없이 활동하며”(지드래곤) 얻은 음악적 신뢰를 밑거름 삼아 일군 성과다.

빅뱅은 지난해 YG와의 재계약 문제로 호된 성장통을 치렀다. 지드래곤은 “재계약이 안 되면 멤버들이 모두 군에 동반 입대하려고 했다”고 깜짝 고백했다. “인생에서 가장 큰 고민을 했던 시기예요. 5명이 함께 가야 할지 아니면 멈춰야 할 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었으니까요. 이 문제를 두고 멤버들끼리 오랜 시간 고민을 나눴고, 몰랐던 얘기까지 알게 돼 더 단단해졌죠. 많이 성숙해지게 된 계기였어요.”

그룹 빅뱅의 태양은 데뷔 시절을 "진짜 헝그리했다"며 웃었다. 지드래곤도 "빈티도 많이 났다"며 옛 모습을 추억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빅뱅의 태양은 데뷔 시절을 "진짜 헝그리했다"며 웃었다. 지드래곤도 "빈티도 많이 났다"며 옛 모습을 추억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돌그룹이 10년 동안 해체 없이 전성기를 이어오기란 쉽지 않다. 다섯 멤버들은 “쪽팔리게 살지 말자”는 말을 곱씹으며 서로를 채찍질했다. 태양은 “멋있지 않은 순간이 오면 바로 무대에서 내려올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이런 빅뱅은 늘 “내일이 전성기가 되길” 꿈꾼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큰 두려움도 없다. “멋지게 늙는 게”(지드래곤)걱정일 뿐이다. 지드래곤은 ‘빅뱅 메이드’에서 “영국 밴드 롤링스톤스처럼 50~60대가 돼서도 음악을 하고 싶다는 작은 마음 하나로 여태껏 왔고, 앞으로도 달려가다 보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란 포부를 밝힌다. 빅뱅에게 향후 10년은 “새로운 시작”(대성)일 뿐이다. “뻔한 길을 가지 않으면서 늙고 싶다. 오랫동안 멋지게 활동하면서”(지드래곤)라는 바람은 이들의 다짐이기도 하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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