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1일 ‘프랑스 축구의 성지’라 불리는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포르투갈 유니폼을 입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ㆍ레알 마드리드)가 눈물을 펑펑 쏟고 있었다. 그는 프랑스와 유로 2016 결승에서 전반 초반 부상을 당했다. 압박 붕대를 하고 뛰려 했지만 역부족. 들것에 실려 나가며 눈물을 쏟아내는 호날두에게 디디에 데샹(48) 프랑스 감독이 다가가 위로를 건넸다.
유로축구 우승은 호날두의 마지막 꿈이었다.
‘필생의 라이벌’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29ㆍ바르셀로나)의 공통점은 메이저 국제 대회 징크스다. 둘은 소속 팀에서 우승을 밥 먹듯 하면서도 정작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정상에 선 적이 없었다. 메시는 지난 6월 칠레와 코파아메리카 2016 결승에서 승부차기 1번 키커로 나서 실축 하며 패배의 멍에를 썼다. 호날두 역시 2016 유로에서 메시의 전철을 밟는 듯 했다. 하지만 호날두의 애절함이 동료들에게 투지를 불러일으켰다. 포르투갈은 연장 후반 4분 터진 에데르(29)의 결승골로 홈팀 프랑스를 누르고 첫 유로 우승을 차지했다. 벤치에서 목이 쉬어라 동료들을 독려하던 호날두는 종료 휘슬이 울리자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
결국 유로 트로피가 호날두에게 발롱도르를 안겨다 줬다.
그는 13일(한국시간) 2016년 발롱도르 수상자로 확정됐다. 2위는 메시, 3위는 앙투안 그리즈만(25ㆍ아틀레티코 마드리드), 4위는 루이스 수아레스(29ㆍ바르셀로나)였다. 네이마르(24ㆍ바르셀로나)와 가레스 베일(27ㆍ레알 마드리드)이 각각 5,6위에 올랐다.
유럽 축구 전문 매체 ‘프랑스 풋볼’이 주는 발롱도르는 1956년 신설돼 반세기 넘게 매년 세계 최고의 선수를 선정했다. 프랑스 풋볼은 2010년부터 국제축구연맹(FIFA)과 통합해 ‘FIFA 발롱도르’를 수여했지만 올해부터 다시 FIFA와 분리됐다. 호날두는 2008년과 2013년, 2014년에 이어 네 번째로 발롱도르에 선정돼, 고(故) 요한 크루이프, 미셸 플라티니(61), 마르코 판 바스텐(52ㆍ이상 3회 수상)을 제치고 역대 최다 수상자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발롱도르를 차지한 이는 메시(5회)다.
호날두의 수상은 일찌감치 예상됐다.
그는 지난 5월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를 2015~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올려놨다. 당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서 득점에 성공해 승리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포르투갈의 유로 우승이 더 결정적이었다. 그는 유로 대회에서 3골 3도움의 맹활약을 펼쳤다. 4번의 유로 대회에서 총 9골을 기록하며 미셸 플라티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호날두는 “내 이력에 부족한 게 하나 있다면 포르투갈의 우승이었다. 유로 2016 우승은 생애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며 “챔피언스리그와 유로 우승 모두 나 혼자 힘으로 해낸 것이 아니다. 동료들 덕분이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올 한해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52경기에 나와 48골을 터뜨렸다. 이 중 A매치에서 13골을 넣었다.
호날두는 FIFA가 따로 수여하는 ‘베스트 플레이어’ 후보에도 메시, 그리즈만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시상식은 내년 1월 열린다. 현재 2016 클럽월드컵 참가를 위해 일본에 있는 호날두는 15일 클럽 아메리카(멕시코)와 대회 4강전을 치른다. 호날두가 클럽월드컵까지 품는다면 ‘FIFA 베스트 플레이어’ 수상은 더욱 확실시 된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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