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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제 마음 아실 거예요, 아들 잃어봤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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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제 마음 아실 거예요, 아들 잃어봤으니”

입력
2016.12.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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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하운 선교회 대표 김디모데(왼쪽) 목사와 캘리그래피 작가 한성욱씨가 4ㆍ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후원을 위해 만든 엽서를 보여주고 있다. 예하운 선교회 제공
예하운 선교회 대표 김디모데(왼쪽) 목사와 캘리그래피 작가 한성욱씨가 4ㆍ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후원을 위해 만든 엽서를 보여주고 있다. 예하운 선교회 제공

“성탄절,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다면 제일 먼저 팽목항을 찾지 않으실까요? 자유, 평등, 정의가 실종된 이 곳에서도 가장 아프게 우는 땅이니까요.”

김 디모데(35) 목사는 올해 성탄을 앞두고 ‘세월호 응원 엽서’를 제작해 판매 중이다. 수익금 전액을 4ㆍ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 기부하기 위해서다. 그는 2013년 예하운 선교회(예수그리스도와 하나님나라의 운동 선교회)라는 문화선교단체를 만들어 활동해왔다. 김 목사는 12일 한국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진실은 제대로 규명하지도 못했는데 특조위 활동이 종료되고 사무실마저 철거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스도인들이야말로 이 불의를 결코 잊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성탄과 세월호를 동시에 상징하는 성탄엽서 중 김 목사가 직접 그린 것은 2장, 김 목사에게 페이스북으로 도움 요청을 받은 캘리그래피 작가 한성욱씨가 재능기부로 고안한 것이 2장이다. 거기다 함께 작업한 그림 1장까지 더해 모두 5장의 엽서가 탄생했다. 엽서 중 하나에는 아직 세월호에서 수습되지 못한 고 허다윤 학생의 부친 허흥환씨의 말인 “하나님은 제 마음 아실 거예요. 하나님은 제 아들 잃어보셨으니까”를 써 넣었다.

엽서는 이달 초부터 예하운 선교회 블로그(m.blog.naver.com/ysmcn7) 등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선교회는 이렇게 모은 돈을 23일 서울 마포구 YMCA 건물 4층에 자리 잡은 특조위에서 조사관들을 만나 기부금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김 목사는 “흔히 교회에서 하는 봉사라고 하면 정부에서 다 돌보지 못하는 독거노인, 고아 등을 돌보는 일을 먼저 떠올린다”며 “그 봉사 역시 귀한 일이지만 저는 예전부터 조금 생각이 달랐다”고 말했다. “빈곤과 부조리 등의 문제가 본질적으로 해결되려면 결국 정치, 정책이 변해야 하잖아요. 세월호 문제도 똑같죠. 단지 교회가 유족, 실종자 가족들의 손을 붙잡아 줄 수도 있지만 더 적극적으로 나서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가 될 수 있게 나서고 특조위를 도울 때 이 땅에 자유, 정의, 평화가 온다고 봅니다.”

예하운 선교회와 캘리그래피 작가 한성욱씨가 4ㆍ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후원을 위해 제작한 응원엽서. 예하운 선교회 제공
예하운 선교회와 캘리그래피 작가 한성욱씨가 4ㆍ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후원을 위해 제작한 응원엽서. 예하운 선교회 제공

선교회가 세월호 특조위 응원 활동,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일일카페, 촛불집회 참가자 손난로 기부 등의 현안 대응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낯설게 보는 교회 안의 시선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이런 시선을 마주할 때마다 김 목사는 브라질 천주교회의 에우데르 카마라 대주교가 남긴 말을 떠올린다고 했다. 반독재 운동에 헌신한 카마라 대주교는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해 “내가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 그들은 나를 성자라고 부른다. 그러나 내가 왜 가난한 이들이 굶주리는지 물으면, 그들은 나를 빨갱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다른 교회의 전도와 선교를 비판적으로 보진 않아요. 다만 그런걸 하시는 분들은 많으니 나는 자유, 정의, 평화를 더 적극적으로 구현, 실천하는 부분에 집중해보자. 그렇게 생각했어요.”

김 목사는 낮에는 경기 고양시 한 은행의 청원경찰로, 일과 후에는 선교회 대표로, 일요일에는 서울 은평구 순복음행복한우리교회(황유희 목사)의 협동 목사로 일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틈틈이 디자인을 공부해 카카오톡 이모티콘 ‘샬롬 스토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수익금은 미자립교회 후원금으로 쓴다. 그는 “많은 분들이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모습만 보고 성경과 하나님에 대해 제대로 알기도 전에 교회에 환멸을 느끼는 게 늘 안타까웠다”며 “곳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분들을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예하운 선교회와 캘리그래피 작가 한성욱씨가 4ㆍ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후원을 위해 제작한 응원엽서. 예하운 선교회 제공
예하운 선교회와 캘리그래피 작가 한성욱씨가 4ㆍ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후원을 위해 제작한 응원엽서. 예하운 선교회 제공

“이번 ‘세월호 엽서’ 운동의 목표는 딱 세 가지예요. 성탄을 맞아 더 많은 기독교인들이 세월호 문제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것, 그리고 더 많은 분들이 이 모습을 보고 각자의 방법으로 특조위 돕기 운동에 동참하는 것, 또 바로 이것이 하나님 나라의 운동이라는 것을 더 많은 이들이 알아보는 것. 매일 내세에서 갈 천국만 생각하면 뭐하겠어요. 교회가 앞장서 청년들이 ‘헬조선’으로 부르는 이 현실세계를 살 만한 땅으로 일궈나가야죠.”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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