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4명에 변호사 명의 대여
사무장 로펌서 사건 수임 의혹도
변협서 중징계 수차례 받아
“연수원 동기” 법관들과 친분 과시
휴가비ㆍ양복 제공 명목 금품 뜯고
수임료 반환 약속 후 모르쇠 일관
12일 변호사법 위반과 횡령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인 사실이 확인된 부장판사 출신의 전관(前官) 변호사는 현직 법관들과의 친분을 내세워 의뢰인들로부터 로비 명목의 금품을 뜯어냈다가 중징계를 받은 악명 높은 법조인이다.
한모(58ㆍ사법연수원 14기) 법무법인 Y 대표변호사는 법조브로커 신모(56)씨 등 4명에게 자신의 변호사 명의를 빌려주고 대가를 받았다. 한 변호사의 명의로 ‘사무장 로펌’을 차린 신씨는 다른 변호사를 고용해 불법 영업을 벌였다. 그는 기업회생 등 사건 7건을 수임해 3억3,000만여원의 부당 수익을 올린 혐의로 한 변호사와 함께 구속됐다. 신씨는 2014년 말 의뢰인의 보관금 1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도 조사를 받고 있다. 또 다른 브로커 김모(56)씨도 신씨와 마찬가지로 한 변호사의 명의를 빌려 불법 사무장 로펌을 운영하면서 17건의 소송사건을 맡아 1억원의 수입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20년 넘게 판사로 재직하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2008년 변호사 시장에 뛰어든 한 변호사는 현직 대법관이나 판사들과의 연고관계를 내세워 의뢰인들의 절박한 심정을 파고들면서 부적절한 수임활동을 일삼았다.
2013년 강간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 받은 피고인의 부모에게 “2심 재판장이 내 사법연수원 동기로 막역한 사이니 무죄로 빼주겠다”며 수임료 3,000만원을 챙겼다. 전관예우를 언급하며 무죄를 호언장담했지만 항소심에서 되레 형량이 4년 더 늘어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대법원에서도 지면 수임료를 전액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상고도 기각됐음에도 수임료를 되돌려주지도 않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또 다른 의뢰인에게는 “담당 판사를 잘 알고 있으니 걱정 말라”며 사건을 맡고, 소송 중에 “판사에게 휴가비를 줘야 한다”며 1,000만원을 뜯어내 올 5월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그 후에도 한 변호사는 “대법관에게 양복 한 벌 해줘야 한다”며 의뢰인에게 300만원짜리 의류 상품권을 뜯어냈다가 지난 9월 대한변협에서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또 받았다. 그는 이미 기각 확정판결이 났음에도 “대법관이 사건을 주말에 들여다 볼 거다. 내가 직접 대법관을 찾아가겠다”며 의뢰인을 속이기도 했다. 사건을 수임할 때는 “사건의 주심 대법관이 고교 동창이다. 잘 말해서 해결해 주겠다”며 수임료를 받아 연고관계 선전 금지를 규정한 변호사법을 어겼으며, 선임계조차 내지 않았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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