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억울" 최근 靑참모진에 토로
배신 당했다고 생각하는 듯
공범 부인 의도로 거짓말 가능성도
박근혜(왼쪽사진)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참모들에게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실체를 몰랐다며 억울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렸다. 한국일보. 연합뉴스.

“나와 눈도 못 마주치던 사람이었는데, 대체 어떻게…”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참모들에게 최순실씨와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국정을 주무르며 사욕을 채운 ‘비선실세 최순실’의 실체를 전혀 몰랐다는 항변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박 대통령은 최씨에게 배신 당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너무나 기가 막히고 억울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여러 번 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2,3차 대국민담화에서도 “선의로 추진한 사업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니 안타깝고 참담하다”“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저의 큰 잘못이다” 등 같은 맥락의 해명을 했었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진짜 관계는 베일에 싸여 있다. 박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한 말이나 대국민담화 내용이 진심이라면,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완벽하게 속았다는 얘기가 된다. 그간 여권에는 최씨가 박 대통령과 함부로 겸상도 안 할 정도로 철저히 몸을 낮추는 시늉을 했고, 박 대통령은 그런 최씨를 편하게 부리는 하인쯤으로 여겼다는 얘기가 오르내린 터였다.

여권 인사는 “최씨는 박 대통령의 이름과 권력을 노리고 수십 년 동안 연기를 했고, 박 대통령은 최씨가 자신을 휘두르고 조종하면서 비선 대통령 노릇을 한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씨가 “자기가 아직 공주인 줄 아나 보다”고 박 대통령 험담을 했다는 최씨 운전기사의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정호성ㆍ이재만ㆍ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 3인방은 최씨의 실체를 알고 있었을 개연성이 크다. 청와대 전 조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최씨가 올 6월까지 주말마다 청와대에서 3인방과 식사하며 회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에선 정 전 비서관이 최씨를 ‘선생님’이라 부른 사실도 드러났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뒤 정치권에는 “3인방은 박 대통령이 아닌 최씨의 사람들”이라는 설이 돌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1998년 정계에 입문한 뒤 정호성ㆍ이재만 전 비서관을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채용한 것은 최씨와 전 남편인 정윤회씨였다.

물론 박 대통령이 최씨와의 관계에 대해 여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강제모금과 대기업 인사청탁 등의 범죄 의도를 숨기고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이라는 의혹을 끝까지 부인하기 위해서다.

박 대통령이 최씨의 진짜 모습을 몰랐다 해도, 법적ㆍ정치적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최씨의 국정농단이 박 대통령과 최씨, 비서관 3인방 등의 합작품이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박근혜ㆍ최순실 공동정권’이라는 말이 나오는 지경에 이를 때까지 손 놓고 있을 정도로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이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비극만 더욱 선명해지는 것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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