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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도

입력
2016.12.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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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12.13

1958년 대기권 너머 우주를 비행한 뒤 산 채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한, 다만 낙하산이 펴지지 않는 바람에 숨진 다람쥐원숭이 고르도.
1958년 대기권 너머 우주를 비행한 뒤 산 채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한, 다만 낙하산이 펴지지 않는 바람에 숨진 다람쥐원숭이 고르도.

다람쥐원숭이 ‘고르도(Gordo)’가 1958년 12월 13일 미사일에 실려 우주로 날아갔다.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대서양 미사일기지. 미사일은 미국 해군이 개발한 50톤급 중거리탄도유도탄(IRBM) 주피터 AM-13이었다. 순항미사일 기술과 로켓 기술이 구분되지 않던 때였고, 고르도가 탄 것은 애초에 전략무기로 개발된 거였다. 그가 탑승한 자리는 기폭장치가 실리는 탄두부 노즈콘. 키 30cm 몸무게 1kg 남짓의 남미산 원숭이 고르도는 건강 상태나 훈련 성적(?) 못지않게 신체조건이 실험에 적합했다. 고르도의 임무는 무중력 공간에서 포유 생명체가 어떤 영향을 입는지, 무사히 귀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거였지만, 그 발사 실험에는 공개되지 않은 더 많은 목적들이 있었을 것이다.

고르도는 미 해군 소유물이었고, 훈련 및 발사 주체도 미항공우주국(NASA)이 아니라 그들이었다. 고르도에게는 뇌파와 호흡 맥박 체온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들이 장착됐다. 가죽으로 속을 댄 플라스틱 헬멧과 우주복이 입혀졌고, 특수 제작된 고무 침대에 팔 다리까지 단단히 고정됐다. 중력압 등을 견디게 하려는 필수적인 조치였지만 발버둥치지 못하게 하려면 어쩔 수 없기도 했을 것이다. 앞서 누군가는 그를 맡아 밥도 주고 만져도 주고 건강과 컨디션을 살폈을 것이다. 떠나는 그에게, 사람에게 하듯, 건투를 빌고 행운을 기원했을지 모르겠다. 레수스원숭이 ‘알버트’가 독일이 개발한 V2로켓에 실려 우주로 처음 발사된 건 1949년이었다.

주피터의 고르도는 이륙 후 약 15분간 약 2,400km를 비행했다. 고도 500km 대기권 밖 공간에 닿은 뒤 제 몸무게의 10배가 넘는 중력압을 견디며 생환했다. 하지만 미사일은 착륙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남대서양에 추락했고, 미 해군은 수색 6시간 뒤 작전을 중단했다.

발사 직후 고르도의 호흡과 맥박이 약하게 불안정했으나 이내 정상을 회복했고, 이후로는 우주비행을 즐겼다고 미 국방부는 공식 발표했다.

고르도는, 한 해 전 소련 스푸트니크 2호의 우주 개 ‘라이카’가 고온과 스트레스로 숨진 것과 달리, 인간 우주비행사의 무사귀환 가능성을 제 목숨으로 입증했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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