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행동, 기자회견 열고 촉구
“다양한 의제, 자연스러운 현상”
“민의를 왜곡” 반론도 적지 않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시민ㆍ사회단체들의 적폐 청산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촛불집회 주최 측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석방 요구를 공식화해 찬반 양론이 거세다. 다양한 주장이 의제로 등장하는 광장 민주주의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평가와 동시에 촛불민심을 정치 도구화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촛불집회를 주관하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 구속과 함께 지난해 민중총궐기 대회를 주도한 혐의로 수감 중인 한 위원장 석방을 촉구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11월14일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하고 도로를 점거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은 한 위원장은 13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퇴진행동 측은 한 위원장 석방이 촛불민심이라고 주장한다. 퇴진행동은 “정부는 부패와 비리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해 저항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탄압했다”며 “한 위원장이 하루 빨리 자유의 몸이 돼 노동자와 민중의 편에 서는 것이 촛불이 바로 세우려는 정의”라고 밝혔다.
반응은 엇갈린다. 우선 탄핵 정국을 겪으면서 현 정권의 노조탄압 정책이 불법 집회를 유발했고 경찰의 강경 대응으로 이어졌다는 공감대가 일정 부분 형성된 상태다. 10일 7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직장인 권모(43)씨는 “정부의 노동정책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과도한 형량을 준 건 맞는 것 같다”며 “경찰의 강경 진압이 불법을 야기한 측면도 있는 만큼 양형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 교수는 “그간 노동계와 일반시민의 목소리가 괴리돼 있었으나 이번 촛불집회를 계기로 이런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박 대통령 퇴진을 목표로 모인 촛불 민의를 왜곡하는 처사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대학생 김정수(22)씨는 “석방 요구는 자유지만 촛불을 든 전 국민이 한 위원장을 지지한다는 식의 수사는 불쾌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한 사회학과 교수 역시 “과거 과격 집회에 반감이 컸던 국민이 분명 존재하는데다 민주노총이 반대하고 있는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을 옹호하는 시민들도 있다”며 “촛불을 대표하는 퇴진행동보다 민주노총 이름으로 한 위원장 석방을 주장하는 것이 민심을 거스르지 않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사람마다 의견은 다르겠지만 노동 현안을 놓고 여러 의견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한 위원장 문제를 거론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치 스타트업 ‘와글’은 최근 촛불민심을 대변할 ‘시민의회’ 구성을 제안했다가 정치세력화 논란에 휘말려 계획을 중단하기도 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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