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주요 공공기관들이 대규모 개발 특수 등에 기생해 난립하는 이른바 ‘사이비 기자’퇴출에 팔을 걷어 부쳤다. 공갈ㆍ협박 등 각종 비위행위와 터무니 없는 갑질 등을 일삼는 사이비 기자들이 더 이상 지역 사회를 좀먹게 놔둘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공동 제재방안까지 마련했다.
세종시와 시교육청, 세종경찰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특별본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등 5개 공공기관은 ‘건전한 언론문화 조성을 위한 공동대응방안’을 내놨다. 문제가 있는 기자와 소속 언론사에 대해 보도자료와 광고ㆍ협찬 등 일체의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게 이 방안의 골자다. 지자체 등 지역 공공기관들이 언론 제재 방안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것은 전국 17개 시ㆍ도 가운데 세종이 처음이다.
공공기관들은 이에 따라 출입기자가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직무와 관련된 범죄(공갈ㆍ명예훼손 등)나 7대 범죄(살인ㆍ강도ㆍ강간ㆍ절도ㆍ폭력ㆍ방화ㆍ마약)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보도자료 및 취재편의, 광고ㆍ협찬ㆍ신문구독 등을 일체 배제한다. 제재는 1심 판결 때부터 1년 간 이뤄지며 해당 기자는 물론, 해당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문제의 기자가 다른 언론사로 옮길 경우 등에 대한 세부 규정도 뒀다. 출입 희망 기자에겐 사전에 ‘개인정보 제공 및 이용동의서’를 받기로 했다.
공공기관들이 이런 초강수를 둔 것은 사이비 기자들이 공공기관의 명예를 훼손하고, 언론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데다 지역사회 곳곳에서 공갈 등 비리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충청권 한 일간지 기자는 세종시 무료급식소인 ‘밥드림’에 대해 수십차례나 악의적으로 허위보도를 했다. 해당 기자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원심과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세종시 모 행정기관 여직원 A씨는 “몇 달 전 나이가 제법 들어 보이는 남자가 뜬금없이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00매체 기자라면서 취재ㆍ광고 협조를 요청해 거절했더니 ‘가만두지 않겠다’며 폭언까지 해 무서웠다”고 말했다.
지난 8월에는 폐기물 불법매립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세종시 골재업자로부터 돈을 받은 대전ㆍ세종ㆍ충청권 기자 18명과 업자 4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 가운데 세종에서 주로 활동하는 기자 5명도 포함됐다. 세종시 출범 1년여 만인 2013년 6월에는 아파트 분양광고와 관련해 3,000만원이 개인 계좌로 송금된 정황이 포착돼 세종시 주재기자 2명이 소환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사이비 기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지만 지역에선 사실상 손을 쓰지 못했다. 이들은 심지어 벌금형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도 철가면을 쓴 듯 버젓이 취재현장을 돌아다니는 악순환만 되풀이됐다.
이 과정에서 주요 공공기관들은 실체를 알 수 없는 언론사들의 집요하고 뻔뻔한 압력에 떠밀려 홍보비를 집행해 왔다. 신문 유가부수나 인터넷 클릭(방문자)수 등의 기준을 적용하려 했지만 비판기사를 쓰겠다고 윽박지르는 사이비기자들에게 질질 끌려 다녔다. 현재 세종시청 출입 언론사는 245개, 소속 기자는 315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적잖은 기자들이 보도자료를 베껴 쓰고,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거나 편파적인 내용의 기사를 쓰고 있다. 그러면서 ‘시청출입기자’라는 타이틀을 이용, 지역사회 곳곳에서 사이비 행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난 8월 경찰에 입건된 사이비 기자들이 법원에서 형을 확정 받으면 공공기관 제재방안의 첫 적용 대상이 되면서 지역 언론 정화에 신호탄을 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참여연대는 공공기관들의 공동 대응에 대해 “사이비 언론 퇴출과 언론의 공공성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단체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이 사이비 언론의 퇴출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기준을 마련했다”며 “실질적 행정수도로 나아가는 세종시 위상에 부합하는 언론의 사명감과 자부심을 고취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는 여전히 많다. 이 가운데 광고ㆍ협찬ㆍ신문구독료 집행 문제는 당장 풀어가야 할 문제다. 세종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이상한 언론사들까지 달려들어 광고와 신문구독을 요구하는데 나름 엄격하게 해 왔지만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집행해 온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선 가장 일반적이면서 객관적이라고 볼 수 있는 (사)한국ABC협회의 유가부수와 온라인 접속자수 등을 보다 엄격히 적용해 광고 등을 집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럴 경우 현재 250개가 넘는 언론사 가운데 광고 등 대상 매체는 80여개 정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ㆍ사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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