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살률 1위국 오명을 벗으려면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계열 항우울제 처방 제한을 즉각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002년 3월부터 SSRI를 처방할 때 정신과 의사가 아니면 60일 이상 처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대한가정의학회, 대한뇌전증학회, 대한소아과학회 등 비(非)정신과 계열 3개 학회는 최근 공동 성명서를 내고 “비정신과 의사들에 대한 SSRI 계통의 항우울제 처방 제한은 우리나라 우울증 치료율을 낮추고 자살률을 높이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며 “의학적 근거가 없는 잘못된 급여 규정으로 국민의 우울증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SSRI 계열 항우울제 처방 제한을 즉각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자살자가 하루 37명(2015년 기준)이나 되면서 한 해 1만3,51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인구 10만 명 당 자살하는 사람이 26.5명이나 된다. 한국 자살률은 2003년 이후 10년 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12.1명)의 2배가 넘는다.
3개 학회는 “현재 전 세계 모든 의사가 안전하게 우울증의 1차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는 약물을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2003년 이후 OECD 회원국 자살률이 모두 줄고 있는데 우리나라 자살률만 증가한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이들은 “한국에서는 2002년 3월에 갑자기 정신과 의사들에게만 SSRI 항우울제 처방을 허용하면서 우울증 환자의 병ㆍ의원 접근성이 20분의 1로 줄면서 자살률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했다.
3개 학회는 "우울증 치료는 SSRI이 우수한 효과와 적은 부작용으로 전세계적으로 1차 선택약으로 권고되고 있고, 적정 치료기간은 최소 6~12개월이 필요하다”며 "여러 가이드라인에서 1년 이상 지속적인 약물치료를 권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항우울제 사용량은 20DDD(1,000명이 하루 사용하는 항우울제 분량)로 OECD 평균인 58DDD의 3분의 1 수준으로 칠레와 함께 가장 낮게 보고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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