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2, 3명 지정해 쟁점 압축
내주 연구관 20여명 TF 구성
헌재 “쟁점은 모두 심리” 밝혀
이달 말부터 공개변론 개시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의 본격 변론을 열기에 앞서 재판관 3명에게 준비절차를 따로 담당케 해 심리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헌재는 16일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답변서를 받은 뒤 일정을 잡을 예정이지만, 이날 답변서가 오지 않아도 준비절차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헌법재판소는 12일 오전 10시 재판관 회의를 열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21일쯤 주심 강일원 헌법재판관을 포함한 헌법재판관 2~3명을 준비절차에 투입할 ‘수명(受命)재판관(준비절차 담당 재판관)’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헌재는 또 다음주 베테랑 연구관 20여명으로 구성된 탄핵심판 전담연구반(태스크포스)을 꾸리고 법리검토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없었던 준비절차와 수명재판관을 따로 두는 이유는 박 대통령에게 적용된 방대한 소추사유를 정리해 변론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에는 헌법 위배행위 5건(헌법 12개 조항 위반)과 법률 위배행위 4건(형벌조항 4개 위반)이 담겼다. 이 중 소추위원과 대통령이 모두 인정하는 부분은 ‘다툼이 없는 사실’로 정리하고 어느 한쪽이라도 동의하지 않는 쟁점들만 압축해 변론기일에서 꼼꼼히 다투도록 하는 것이다. 법원 재판에서 열리는 ‘준비기일’과 비슷하다. 준비절차에는 소추위원측 대리인과 대통령측 대리인이 참석하게 된다. 변론절차가 시작되면 수명재판관들은 자동 해체되고, 변론절차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다고 헌재가 일부 탄핵사유만 골라 심리하는 것은 아니다. 배보윤 헌재 공보관은 “탄핵사건은 변론주의가 원칙”이라며 “당사자가 중요하다고 하는 것에 대해 심리를 안 할 수 없다. 헌재는 모든 쟁점을 심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론에서 주장하는 증거를 바탕으로 판결을 내리는 변론주의 원칙상 박 대통령이 반박하는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임의로 심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취지다.
특히 중대한 사안인 만큼 헌재로서는 대통령에게 방어권을 보장하고 정당한 절차를 유지하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자칫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될 경우 탄핵심판 결과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방대한 탄핵사유 때문에 심리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헌재는 우선 개별 사유들을 심리해 일부를 기각하고 선택과 집중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헌재는 또 박 대통령이 16일까지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준비절차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헌재는 지난 9일 박 대통령에게 탄핵심판청구서를 보내 답변서를 16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헌재는 이후 준비절차에 돌입해 이달 말부터 공개변론을 열 계획이다.
헌재는 또 이날 오전 국회와 법무부에 의견조회 신청서를 보냈다. 이해관계가 있는 두 기관이 제출하고 싶은 의견을 자유롭게 내달라는 취지다. 페루 헌법재판소를 방문하기 위해 지난 주 출국한 김이수 재판관도 이 사건 심리에 참여하기 위해 조기 귀국을 검토하고 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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