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면 계층 사다리를 딛고 올라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크게 감소했다. 갈수록 튼튼해져야 할 계층 상승 사다리가 도리어 허약해진 모양새다. 이대로 가면 사회의 역동성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통계청이 12일 밝힌 ‘한국의 사회동향 2016’에 따르면 지난해 자녀 세대의 계층 상향 이동 가능성에 대해 10명 중 5명이 비관적으로 보았다. 비관적으로 본 응답자는 2013년만 해도 10명 중 4명에 그쳤으니 그 사이에 계층 사다리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결혼ㆍ출산 결정 연령대인 30대 10명 중 6명이 비관적으로 보았다는 사실이다. 2006년만 해도 10명 중 3명만 비관적으로 보았다. 이들의 좌절은 결혼 및 출산 문제에 영향을 주고 우리 사회의 지속성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이 남성 16.6%, 여성 13.7%밖에 되지 않았으니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응답은 가구소득 수준 400만원 이하 집단의 세대 간 계층 이동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답변이 600만원 이상 집단에 비해 3~10%포인트 낮은 점이다. 소득이 낮을수록 희망이 커야 하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 반대로 나타났다.
이번 자료는 금수저, 흙수저 등 부모 자산에 따른 신계급론적 인식이 한국 사회에 정착했음을 확인시킨다. 저소득층이 중산층 이상으로 올라선 비율이 2014년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연구 결과 등을 보면 신계급론이 틀렸다고 말하기 어렵다. 계층 상승 사다리로 작동했던 교육 또한 부모의 경제력에 크게 좌우되는 마당이니, 젊은이들에게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라고 하는 것조차 어딘가 공허하다.
전문가들은 노력이 핏줄을 넘어설 수 없는 닫힌 사회의 도래를 경고해 왔다. 그런 사회에서 화합과 안정을 꿈꾸고 구성원들의 활기찬 노동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런 만큼 정치권과 기업은 이번 통계의 의미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노동의 대가를 충분히 인정하고 비정규직을 줄이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마땅하다. 촛불집회에서 우리 국민이 권력의 잘못을 꾸짖은 것이 결국 이 땅에 희망을 다시 불러오자는 것이었던 만큼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잘살 수 있는 튼튼한 통로를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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