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마진 강세 등으로 올해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생산 능력 확장에 나서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의 원유 감산 합의로 유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됨에 따라 생산 규모를 키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12일 주력 생산기지인 울산콤플렉스와 SK인천석유화학의 정기보수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정기보수와 설비 공정 개선을 통해 주력 화학제품인 파라자일렌 생산 능력이 기존 연 260만톤에서 280만톤으로 늘었다. 국내 1위, 세계 4위 규모다. 파라자일렌은 옷감이나 페트병 등을 만드는데 쓰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파라자일렌의 원료인 나프타(석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성분) 가격이 일시적으로 인상되며 사업성이 악화될 거란 전망이 나왔지만 최근 유가가 오르면서 석유화학 제품 가격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로 상승세를 탄 유가가 제품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더구나 내년까지는 중국 업체들의 파라자일렌 설비 증설 계획이 없어 제품 수요와 마진도 국내 업체들에게 유리한 조건이 형성될 거란 예상이다.
롯데케미칼도 이날 여수공장 안의 에틸렌 생산 설비를 2018년까지 20만톤 증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증설이 완료되면 롯데케미칼의 연간 에틸렌 생산량은 100만톤에서 120만톤으로 늘어난다. 국내 1위, 세계 7위다. 플라스틱 제조 등 여러 화학공정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에틸렌도 나프타를 주 원료로 생산된다. 그런데 롯데케미칼이 증설하는 설비는 프로판가스로 에틸렌을 뽑아낼 수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유가 상승에 따라 나프타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에틸렌 가격과 수급 상황이 좋은 만큼 원료 다변화 전략을 위해 투자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두 업체 모두 이번 증설로 향후 실적 개선이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과감한 선제적 투자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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