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선우/사진=KLPGA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지난 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상 시상식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난 선수 중 하나는 배선우(22ㆍ삼천리)다. 확 달라진 배선우를 본 사람들이 한쪽에서 "여배우 아니냐"라고 수군거릴 만큼 그는 붉은 색의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나와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경기복을 벗은 그는 다른 사람처럼 자태를 뽐냈다. 시상식 현장에서 본지와 단독으로 인터뷰를 가진 배선우는 "체형을 보완해서 맞춘 드레스"라며 "깜짝 변신을 하려고 조금 노력을 했다"고 활짝 웃었다.
그날의 드레스처럼 항상 빛났을 것 같은 그의 골프 인생은 오히려 대기만성형에 가깝다. 생각보다 긴 잠룡 생활을 거쳐 2016년에야 비로소 빛을 보기 시작했다. 2012년 11월 입회한 그는 지난 5월 프로 첫 우승을 맛보기 전까지 준우승 3번과 3위 3번으로 새 가슴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그걸 올 시즌 보기 좋게 극복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지난 5월 E1 채리티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맛본 후 통산 두 번째 우승을 3차 연장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메이저 대회인 이수그룹 KLPGA 챔피언십으로 장식하는 감격을 누렸다.
배선우는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던 한 해였다"고 되돌아봤다. 대미를 장식한 홀인원은 커다란 보너스였다. 그는 지난 달 27일 부산에서 열린 팀 대항전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마지막 날에 대회 첫 홀인원을 성공시켰다. 3,000만원 상당의 PNS 창호 교환권을 거머쥔 배선우는 당시를 "정말 짜릿했다"고 회상하며 "프로가 되고 나서 홀인원을 꼭 한번 하고 싶었는데 때마침 부상(상품)이 있는 홀에서 홀인원해서 더욱 기뻤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영원히 잊지 못할 시즌을 만끽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성공에 취해있지만은 않는다. 내년을 준비하는 배선우의 최종 목표는 공격성의 유지다. 그는 "예년과 똑같이 내년을 대비할 것"이라며 "우승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만약 못 하더라도 꾸준히 상위권에 머물러있게끔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집중 보완해야 될 점은 샷이다. 배선우는 "원래 쇼트게임이 약했는데 꾸준한 훈련으로 쇼트게임은 많이 좋아진 상태"라면서도 "그런데 샷이 다시 흔들린다. 아직 구체적인 건 정해지지 않았지만 아이언 샷을 비롯한 점검을 많이 해야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은 2승을 가능케 한 공격적인 플레이의 강화에 모아진다. 배선우는 "조금 더 과감하게 공격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준비를 하겠다"며 내년 시즌을 구상했다.
남들보다 우승이 조금 늦었을 뿐 배선우의 실력은 이미 자타가 공인한다. 어느 하나 뚜렷한 약점이 없는 것이 강점이다. 배선우는 2016시즌 드라이브 비거리가 246.01야드(약 225mㆍ32위)에 머물렀지만 정확도는 대상을 수상한 고진영(21ㆍ넵스)에 버금갔다. 페이웨이 안착률 79.84%(8위), 그린 적중률 74.91%(11위), 평균 퍼트 수 30.39개(28위) 등의 주요 성적이 고르게 나타나며 평균 타수 부문 전체 6위(71.13타)를 견인했다.
미국 진출이 결정된 절대 강자 박성현(23ㆍ넵스)가 비교할 때 드라이브 비거리(265야드ㆍ242mㆍ1위)가 조금 떨어지지만 페어웨이 안착률(67.53%ㆍ124위)이나 그린 적중률(79.72%ㆍ1위)은 앞서거나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드라이브 비거리(246.51야드ㆍ225mㆍ29위), 페어웨이 안착률(80.67%ㆍ5위), 그린 적중률(75.58%ㆍ7위), 평균 퍼트 수(29.87개ㆍ6위) 등에서 2인자 고진영을 닮았다.
포스트 박성현을 다툴 선두 주자 중 하나로 배선우가 거론되는 배경이다. 그러나 배선우는 당장 욕심을 부리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미국 진출 계획이 이른 시일에는 없다"고 못 박은 그는 "2~3년보다 어쨌든 더 길게 기간을 잡고 있다. 한국에서 커리어를 쌓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포스트 박성현이 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아직 그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그냥 충실하게 플레이를 할 거고 열심히 하다 보면 물론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스스로는 겸손했지만 그의 또 다른 강점인 멘탈을 염두에 둔다면 불가능한 도전만은 아니다. 평소 배선우는 긍정의 아이콘이라고 불릴 만큼 매사에 밝고 배려심이 강하다.
배선우는 "어릴 적부터 워낙 운동을 좋아했었고 그러다 할아버지의 권유로 비교적 늦은 나이인 11살 때 골프를 시작했다"고 떠올리며 "골프를 하면서 힘든 적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래도 이거 또한 성장통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힘들 때일수록 오히려 좋은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까 이 순간까지 오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매사에 긍정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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