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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저우 위정 “개인의 삶 통해 대만 보여주려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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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저우 위정 “개인의 삶 통해 대만 보여주려 했죠”

입력
2016.12.1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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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 위정 작가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개인의 삶에는 대만의 사회경제적 상황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저우 위정 작가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개인의 삶에는 대만의 사회경제적 상황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당시 가장 인기 있는 나이트클럽은 매그놀리아 호텔에 있었는데, ‘분실된 소지품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호텔 안내문은 저와 같은 웨이터들에게 또 다른 기회였습니다. 듀퐁이나 던힐 같은 비싼 라이터는 하나에 1,600달러 정도 했는데 저희는 이걸 훔쳐 하나에 800달러 정도에 팔았습니다.”

대만의 미술작가 저우 위정(40)은 2012년 대만의 60대 일용직 노동자 루 치에 테를 만나 그의 삶을 인터뷰했다. 대만 남부의 농장에서 태어난 그는 15살 때 타이베이로 옮겨가서 여러 임시직을 전전했다. 높은 자리에도 올랐다 추락해 도박과 알코올 중독에 빠지기도 했다. 저우 위정은 그의 삶에서 대만을 봤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서사”라고 생각한 저우 위정은 한 달 동안 루를 인터뷰한 결과를 ‘작업의 이력’이라는 책으로 엮어 아트센터와 미술관에 전시했다. 이 작업으로 그는 2012년 타이베이 미술상 대상을 받았고, 최근 미국 콜로라도 덴버 현대미술관, 대만 타이베이 미술관, 가오슝 미술관 등에서 잇달아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루를 전시장 안전요원으로 고용해 이목을 끌었다.

저우 위정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으로 내년 2월 12일까지 열리고 있는 한국-대만 협력 기획전 ‘동백꽃 밀푀유’의 참여작가로 선정돼 ‘작업의 이력’을 한국에서 선보인다. 그는 9일 한국일보와 만나 “작업의 시작은 사실 아버지였다”고 털어놨다. “아버지께선 활자 인쇄소에서 일하셨는데, 1990년대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며 직업을 잃었어요. 사회경제적 상황이 개인의 삶에 녹아있는 셈이죠. 요즘 대만은 공장들이 저임금 국가로 이동해 실업자들이 넘쳐나요.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루는 신문광고로 섭외했다. “처음엔 ‘사기인 줄 알았다’더라고요. 일주일 두 세 번 만나 인터뷰를 하면 한달 치 임금을 보장한다니 말이에요.” 2주 정도는 경계심에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이후 루는 수다쟁이가 됐다.

루는 자신을 “예술을 모르는 무지렁이”라고 표현했지만 저우 위정의 생각은 다르다. “루의 인생은 예술에 닿았고, 이미 예술이 되어가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루가 인터뷰 당시 입었던 스웨터 무늬를 본떠 전시장 내 무대를 구현하고 그 위에 ‘직업의 이력’을 전시했다. 루는 현재 주방 보조 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루의 이야기가 평범한 동시에 꽤나 근사한 얘기가 되길 바랐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작가로서의 오리지낼러티를 보여주는 생산보다 사회를 담아내는 예술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중간자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제는 누군가의 인생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그들의 삶을 통해 사회의 구조를 드러내 보이고 싶어요.”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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