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국민 합의로 추진” 직격탄
軍은 “예정대로 내년에 배치”
美 “배치 불변” 中 “결연히 반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로 다시 암초를 만났다. 국방부는 예정대로 내년 배치를 관철하려는 반면, 탄핵으로 기세가 오른 야권이 박 대통령의 일방통행 식 안보정책에 대수술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도 제각기 목소리를 내면서 사드 배치가 탄핵 이후 대외정책의 가늠자로 부각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달 사드 부지로 확정된 경북 성주 골프장과 경기도 남양주의 국유지를 교환하는 협상을 롯데그룹과 진행 중이다. 내년 1월까지 토지 감정평가를 마치고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군에 부지를 공여하고, 기지 설계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내년 7월쯤 사드 배치를 끝낼 계획이다. 앞서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달 4일 “앞으로 8~10개월 이내에 사드를 한국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힌 일정표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는 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당초 국방부가 발표한 성주포대에서 골프장으로 장소를 바꾼 대표적 ‘박근혜 표 정책’이다. 특히 정부가 중국의 보복조치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의 안보전략에 끌려 다닌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국익에 대한 종합적 고려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정을 의식한 듯 탄핵안 가결 직후 미 백악관은 “기존 합의대로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강조한 반면, 중국 외교부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맞서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당장 야권은 사드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며 ‘박근혜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드에 대한 중국의 보복조치 등 현안을 낱낱이 점검하겠다”고 밝혔고, 김동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사드 배치와 같이 민감하고 중대한 현안은 더 이상 진행하지 말고 새 정부에서 국민적 합의에 기초해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회 국방위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안보현안 전반을 점검할 예정이다.
따라서 대통령이라는 방패막이를 잃은 국방부가 사드 배치를 소신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사드 배치를 앞당기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건너뛰는 식의 꼼수를 부린다면 더 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11일 “현 상황에서 미 측과 합의된 절차 외에 외부변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사드에 대한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국방부의 배치 일정이 조정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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