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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ㆍ사드 반대… 전선 넓히는 촛불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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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ㆍ사드 반대… 전선 넓히는 촛불민심

입력
2016.12.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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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ㆍ여성혐오 등 난제

이념ㆍ계층 간 갈등 요소 내포

시민사회 분열 야기 우려도

10일 오후 7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10일 오후 7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촛불민심이 전선(戰線)을 넓혀 가고 있다. ‘박근혜 퇴진’이라는 대오 아래 하나로 뭉쳤던 다양한 목소리가 탄핵정국의 고비를 넘으면서 자연스레 분출되는 분위기다. 다만 협의와 토론을 통한 합리적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을 경우 분열을 야기해 자칫 시곗바늘을 탄핵안 가결 이전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사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0일 7차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포스트 박근혜’ 체제의 방향성을 놓고 참가자들이 여러 의견을 주고 받았다. 세종문화회관 인근에서 개최된 토론회에 참석한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촛불민심에는 1987년 민주화 체제 이후 낡은 시스템을 몰아내고자 하는 열망이 투영됐다”며 “이제 새로운 사회체제로의 진화를 위해 광장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영주(42)씨도 “국민 96%에 맞서려는 박근혜정권은 어떤 식으로든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모인 에너지의 쓰임새를 진지하게 토론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촛불집회를 통해 시민사회의 한 축으로 성장한 1020세대의 바람 역시 다르지 않았다. 대학생 김소희(22)씨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부조리를 해결하는 근본 치유책은 될 수 없다. 비정규직 문제, 여성혐오 등 갈등을 빚고 있는 난제를 같이 고민하는 공론장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집회에서는 ‘역사 국정교과서 폐지’ ‘사드배치 철회’ ‘노동악법 철폐’ 등 박근혜정권의 불통에서 비롯된 각종 의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구호가 부쩍 늘었다. 6차례 집회를 거치면서 박 대통령 하야ㆍ탄핵 구호에 묻혔던 주장들이 각자 입장에 따라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11일 “자발적으로 ‘박근혜 퇴진’ 단일대오에 합류했던 특정 단체나 조직들이 탄핵안 가결이란 1차 목표를 달성하자 다시 분화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진화의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 각종 사회현안을 어떤 방식으로 수렴하느냐이다. 역사 국정교과서나 비정규직 문제 등 공론장에 올려질 현안 대부분은 이념이나 계층간 갈등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제대로 된 논의 기준과 방향을 잡지 않으면 더 나은 사회를 원했던 촛불민심의 바람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날 집회 현장에서는 해산된 통합진보당을 계승한 민중연합당원들을 중심으로 ‘이석기 석방’을 외치는 구호가 등장하자 시민들 사이에 적막이 흐르는 장면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새누리당 지지자이나 촛불집회에 꼬박꼬박 참석했다는 송모(48)씨는 “누구에게나 말할 권리가 있지만 국민 모두가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을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참여하는 광장에서 외치는 행위는 결코 환영 받지 못할 것”이라며 거부감을 나타냈다.

시민사회의 분열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국 전환에 골몰할 박 대통령과 주변 세력에게 반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촛불집회를 주관하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관계자는 “주권자 혁명으로 권력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기득권 세력의 공작과 꼼수가 펼쳐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며 고민의 일단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촛불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풀어 내려면 시민들이 일상에서 주권 의식을 생활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학대 교수는 “촛불이 사회변화의 원동력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소소한 부조리를 잡아가는 권력 주체가 시민 개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권도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대변한 광장의 목소리가 민생 정치와 정책으로 구현될 수 있게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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