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건 공교롭게도 모두 금요일이었다. 두 전ㆍ현직 대통령이 ‘탄핵된 대통령’으로 보낸 첫 주말은 미묘하게 달랐다.
2004년 3월 12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일요일인 14일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 경내 뒷산에 올랐다.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가족과 함께였다. 청와대는 노 전 대통령이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전기와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를 읽기 시작했다는 것을 포함해 노 전 대통령의 근황을 알렸다. 전화를 건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에게 노 전 대통령이 “미안하다. 다치지는 않았느냐”고 위로한 사실도 공개됐다. 5월 1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이 날 때까지,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이나 가족, 참모들과 산에 오르고 정책 공부를 하는 등 정중동(靜中動)의 2개월을 보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10,11일 청와대 관저에서 정중정(靜中靜)의 주말을 지냈다. 박 대통령은 이틀 내내 관저에서 조용히 쉬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박 대통령은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달래고 있다”면서 “심각한 건강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 휴식하면서 차분하게 여러 생각을 가다듬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10일 TV로 7차 촛불집회 중계 장면을 지켜봤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생활은 앞으로도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민심이 누그러지지 않고 있고, 새누리당 친박계가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아 우군이 전혀 없는 혈혈단신의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9일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기 직전 국무위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피눈물이 난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는 어떤 뜻인지 알겠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사실상 ‘청와대 관저 연금 상태’다. 박 대통령은 불과 200m 떨어진 청와대 본관 집무실이나 비서동인 위민관에 ‘출근’할 수 없다. 국무위원이나 청와대 참모들에게 국정 관련 공식 보고를 받거나 회의를 주재하는 것도 제한된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헌재의 탄핵 심리와 특검 수사를 앞두고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이나 기자간담회를 열어 입장을 밝히는 것도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헌재가 탄핵을 기각해 박 대통령이 국정에 복귀할 것에 대비해,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정 현안을 비공식적으로 보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