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보험업계만 예외 안 돼”
2013년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만들어진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리점법)이 오는 23일 시행됩니다. 그런데 보험사들이 “난데 없이 유탄을 맞게 됐다”며 억울해 하고 있다는데요. 무슨 사연일까요?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해 말 남양유업 사태 등으로 불거진 대리점에 대한 본사의 갑질 행태를 막겠다며 대리점법을 만들었습니다. 이 법은 본사(공급업자)의 ▦물량 밀어내기 금지 ▦일방적 영업비용 전가 금지 ▦대리점거래 계약서 작성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법 위반이 적발된 공급업자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조치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건 이 법의 보호대상에 포함된 보험대리점입니다. 보험사들은 “보험대리점은 제조업 분야 대리점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며 “보험대리점이 ‘갑’이고 보험사가 ‘을’인데 보험대리점을 과도하게 보호하면 그 후유증이 상당하다“고 주장합니다. 법인대리점(GA)과 개인대리점으로 나뉘는 보험대리점은 여러 보험사로부터 위탁 받은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일을 하는데요. 마치 백화점처럼 여러 보험사 상품을 취급하다 보니 보험사들은 서로 “우리 회사 상품을 많이 팔아달라”며 보험대리점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특히 보험대리점을 통한 보험 판매 비중(6월말 기준 37.8%)이 보험 판매 채널 중 최대로 떠오르는 등 보험사의 보험대리점 의존도는 갈수록 커지는 상황입니다. 일부 보험대리점은 사무실 임대료 등 각종 비용까지 보험사에 떠넘기는 ‘갑질’을 일삼아 금융당국이 이런 관행을 손보겠다고 나섰을 정도입니다.
때문에 보험업계는 “보험대리점 계약을 대리점법 적용 제외 대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보험대리점들이 이 법 조항을 악용해 수수료 등을 더욱 높이는 ‘갑질’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공정위는 요지부동입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 남용을 막을 여러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면서 “보험업계만 법 적용 대상에 빼 줄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보험업계 주장이 100% 옳진 않겠지만, 지나친 ‘규제 편의주의’가 아닌 지 면밀히 따져봤으면 합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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