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김연아’ 차준환(15ㆍ휘문중)이 한국 피겨 역사에 큰 이정표를 남겼다.
차준환은 10일(한국시간)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2016~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53.70점을 얻어 쇼트프로그램 점수(71.85점)를 합쳐 225.55점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가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메달을 따낸 것은 2005~06시즌 ‘피겨 여왕’ 김연아(은퇴)가 우승한 이후 무려 11년 만으로 차준환이 역대 두 번째다. 또 차준환은 2014~15시즌 이준형(단국대)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했고,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역대 처음으로 메달리스트가 되는 쾌거를 이뤘다.
차준환은 2016~17시즌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지난해 12월 2015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랭킹 대회에서 총점 220.40점을 기록, 당시 한국 남자피겨 역대 최고점을 세우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올해 3월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 나선 차준환은 남자 싱글에서 7위를 차지하며 1988년 대회에서 정성일이 차지했던 6위에 이어 역대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높은 순위를 장식하기도 했다.
하지만 차준환은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에 약점이 있었고, 남자 싱글의 대세로 떠오른 ‘쿼드러플 점프(공중 4회전)’라는 무기가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그는 2016~17시즌 준비를 위해 ‘트리플 악셀 달인’이자 김연아를 지도했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함께 하며 새로운 무기 장착에 집중하는 한편 트리플 악셀의 약점을 극복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차준환은 지난 9월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총점 239.47점으로 우승하며 기분 좋게 2016~17시즌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 3차 대회에서 기록한 차준환의 총점은 2014년 12월 치러진 2014~15 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일본의 우노 쇼마가 작성한 역대 주니어 최고점(238.27점)을 1.2점 끌어올린 신기록이었다.
상승세를 탄 차준환은 지난 10월 그랑프리 7차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김연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한 시즌에 두 차례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 때 ‘남자 김연아’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두 차례 그랑프리 대회를 석권한 차준환은 큰 기대 속에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무대에 나서 당당하게 동메달을 목에 걸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넘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한국 남자 피겨의 미래를 짊어질 자원으로 확실하게 인정 받았다.
차준환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압박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경기할 때는 모든 것을 잊기 위해 노력했다. 리듬감을 타면서 연기를 이어나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