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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부수고 스타 태우고…‘마케팅 열전’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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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부수고 스타 태우고…‘마케팅 열전’의 명암

입력
2016.12.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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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한국GM 기술연구소에서 시속 65km로 달려온 신형 말리부가 구조물에 충돌해 부숴지고 있다. 한국GM 제공
지난달 29일 한국GM 기술연구소에서 시속 65km로 달려온 신형 말리부가 구조물에 충돌해 부숴지고 있다. 한국GM 제공

자동차는 부동산을 제외하면 일반인이 구입하는 최고가 소비재다. 수년 간 수천억원을 들여 차를 개발한 업체들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든 많이 팔아 이익을 남겨야 한다. 이처럼 시작부터 ‘덩어리’가 큰 시장이어서 마케팅도 어느 분야보다 격전지다. 대규모 신차 시승회와 각종 행사 협찬, 영화나 드라마 간접광고, 인기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이하 스타) 모시기까지 각 업체들의 사활을 건 마케팅 전쟁이 불을 뿜고 있다.

국산차는 부수고, 수입차는 태우고

한국지엠(GM)은 지난달 29일 인천 부평구 기술연구소에서 ‘올 뉴 말리부’의 충돌실험 장면을 공개했다. 시속 65㎞로 달려온 말리부는 구조물의 왼쪽을 들이박는 부분 충돌로 전면부가 완전히 파손되는 상황에도 승객이 탄 공간은 끄떡 없다는 것을 과시했다. 이 한번의 공개 실험으로 시승용으로 운영한 3,000만원이 넘는 말리부 한 대가 폐차장으로 직행했다.

한국GM은 구형 말리부를 출시한 2012년에도 1.5톤 무게의 쇠공으로 차체의 측면을 강타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듬해에는 말리부 위에 16톤이나 나가는 대형 컨테이너를 얹는 지붕 강성 실험을 진행하며 차를 부쉈다.

지난해 8월 현대자동차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쏘나타 두 대를 정면충돌 시켜 화제를 모았다. 미국 판매용과 내수용 쏘나타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한 대는 미국 앨라배마공장, 한 대는 충남 아산공장에서 가져왔다.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국내 쏘나타는 자동차 전문가들이 출고장에서 직접 고르게 했다. 5개월을 준비한 충돌 이벤트에는 10억원 안팎이 투입됐다.

국산차들이 품질에 대한 불신을 씻기 위해 간간이 과격한 마케팅을 선보이는 것과 달리 수입차들은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스타의 유명세를 활용하는 마케팅에 열심이다. 업체마다 쟁쟁한 배우들을 홍보대사로 내세운다. 특히 늦가을에는 스포츠 스타를 잡기 위한 열기가 뜨겁다.

지난달에만 포르쉐 딜러 SSCL이 메이저리그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선수에게 ‘마칸 S 디젤’, 마세라티 딜러 프릭사모터스가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 선수에게 최고급 세단 ‘더 뉴 콰트로 포르테’를 의전차량으로 지원했다.

오승환 선수가 국내 체류 중 이용하는 아우디의 최상위 SUV 뉴 Q7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우디 코리아 제공
오승환 선수가 국내 체류 중 이용하는 아우디의 최상위 SUV 뉴 Q7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우디 코리아 제공

지난해 재규어를 의전차로 이용한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선수는 올해도 재규어의 스포츠카 ‘F타입 쿠페 S AWD’를 받았다. 10월 입국한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선수는 국내에 머무는 동안 아우디의 최상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뉴 아우디 Q7’을 탄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홍보대사인 ‘골프 여제’ 박인비 선수의 공식 행사에 의전차를 지원한다.

스타들은 의전차를 제공한다고 무조건 받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이미지와 평소 선호하는 브랜드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시승차로 운영 중인 차량을 의전차로 제공하면 비용 대비 홍보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마케팅 경쟁이 ‘부메랑’이 되기도

스타 마케팅에는 때때로 예상치 못한 그늘도 생긴다. 의전차를 받은 스타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는 경우다. 지난 2일 새벽 의전차를 타고 음주운전 사고에 뺑소니 물의까지 일으킨 메이저리그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선수 사례가 대표적이다.

강정호 선수가 BMW 740d M 스포츠 패키지 옆에서 야구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BMW코리아 제공
강정호 선수가 BMW 740d M 스포츠 패키지 옆에서 야구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BMW코리아 제공

강 선수가 사고를 낸 차는 BMW코리아가 지난 10월 말 지원한 ‘뉴 740d M 스포츠패키지’다. 상시 사륜구동(x드라이브) 모델로, 국내 가격은 1억4,000만원이 넘는다.

음주 사고로 전면부가 파손된 이 비싼 차의 사진까지 인터넷에 공개돼 BMW코리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BMW는 지난 10월 거스 히딩크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7월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 등에게도 뉴 7시리즈를 지원하는 등 의전차 경쟁을 주도한 수입차 업체다. BMW 관계자는 “수리비는 강 선수 측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SSCL이 김현수 선수에게 제공한 의전차 마칸 S 디젤에도 눈총이 쏟아졌다. 포르쉐 코리아는 환경부의 수입차 인증서류 전수조사 결과 발표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오후 마칸 S 디젤 판매를 자진 중단했지만, SSCL은 같은 날 오전 이 차를 의전차로 제공했다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SSCL 측은 “실제 전달은 11월 중순이었고, 기존에 고객 시승용으로 운영하던 차라 문제 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마케팅 경쟁이 과열되며 막대한 비용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드라마나 영화에 간접광고로 차를 꽂기 위한 경쟁이 너무 치열해졌다”며 “자동차 제조원가에는 마케팅 비용이 포함돼 있지 않지만 최종 가격 정책에는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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