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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박 대통령, 국가와 이혼할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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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박 대통령, 국가와 이혼할 가능성 커져”

입력
2016.12.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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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NYT “朴 곤경은 한국정치시스템 결함의 징후”

日 니혼게이자이 “중국 북한 도발할 여지 주는 것”

中 신화통신 “거리의 사람들은 ‘서울의 봄’ 원해”

외신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10일 열린 7차 촛불집회가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각 사이트 캡처=연합뉴스
외신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10일 열린 7차 촛불집회가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각 사이트 캡처=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대해 세계 주요 외신들은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성 증가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지형에도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주말 서울 한복판에선 “망가진 한국민주주의를 손수 바로잡았다는 시민들의 자부심이 넘쳤다”고 촛불집회를 소개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탄핵안 가결로 아시아에서 4번째로 큰 경제규모를 가진 한국이 불확실성의 새 시기를 열었다”며 탄핵가결이 세계 정치질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했다. WSJ은 영국 브렉시트, 이탈리아 국민투표 부결,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이어 한국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은 “글로벌 정치질서를 강타한 새로운 지진”이라고 규정했다. CNN은 한미관계와 남북관계 등 동북아정세에 미치는 함의를 주목했다. “한국은 지역의 린치핀(핵심)이자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으로, 박 대통령이 사퇴한 뒤 대선결과는 아시아와 그 너머까지 안보와 경제에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특히 차기 대선에서 진보진영이 당선될 경우를 가정해 “대북제재에 집중해온 박근혜 정부와 달리 북한을 외교적으로 좀 더 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는 한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반대해 온 중국쪽에 한국이 더 가까이 갈 가능성을 거론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도 “한국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국내총생산 세계 11위의 경제적 존재감 이상의 것”이라며 “한국정세 변화로 한일 연계가 약해지면 중국이나 북한의 활발한 활동과 도발을 허용할 여지를 준다”고 주장했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대기업도 연루됐다는 점에서 기업압박이 향후 강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WSJ은 “한국의 새정부에선 대기업을 향한 제재를 낳을 수 있다”며 투명성 강화, 로비 제한, 구조조정 촉진을 예상했다. 그러면서 “재벌을 피해자가 아닌 공모자로 보는 게 한국 대중의 대체적 정서”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박 대통령이 2012년 자신을 ‘나라와 결혼했다’고 얘기하는 지지자들의 성원 속에 당선됐다며 “역대 최저치의 지지율과 탄핵으로 (박 대통령과 국가의) 관계가 이혼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대규모 촛불집회가 축제 같았다고 설명했다. 일본 방송들은 광화문 상황을 “마쓰리(일본의 지역축제)같은 들뜬 분위기”라고 중계했고, AP통신은 “12년전엔 노무현 대통령을 위한 분노의 집회였지만, 이날 시민들은 자부심이 넘쳤고 망가진 한국민주주의를 대규모 집회로 손수 바로잡았다고 믿는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중국 신화통신도 영문기사를 통해 현대사에서 한국시민들은 새 시대를 향한 희망이 군인들의 독재에 빼앗기는 것을 목격해왔다며 “거리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새 시대를 의미하는 ‘서울의 봄’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톈안먼 사태 언급을 금기시하는 중국 언론이 한국상황을 자세히 짚은 것은 이례적이다.

반면 뉴욕타임스(NYT)는 사설에서 “한국인이 탄핵가결 뒤 거리에서 축하한 것은 이해하지만, 이런 방식의 임기종식은 그리 축하할 일만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NYT는 “박 대통령의 곤경은 한국정치시스템 결함의 징후”라며 “한국인들은 분노와 울분을 분출한 이후엔 부패가 경제성장의 불가피한 대가라는 인식을 정치에서 청산하는 어려운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심리기간 박 대통령은 유년시절을 보낸 집(청와대) 담벼락 뒤에 기거하며 운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묘사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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