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와 객석이 가까워 서로의 호흡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꼭 다시 공연하고 싶은 공연장이다.” (2013년 1월 뮤지컬 ‘맘마미아’에 출연했던 배우 최정원)
“대극장은 물론이고, 리허설 룸까지 완벽한 공연을 지원하는 최고의 무대다.”(지휘자 정명훈)
“30,40년 후에도 최고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공연장이다. 미래를 위해 지은 홀이다.”(첼리스트 양성원)
국내 최고의 뮤지컬 배우와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음악가들이 한 목소리로 칭찬을 쏟아낸 이 공연장은 서울이나 외국의 유명 도시에 있는 콘서트홀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격찬을 받은 곳은 전남 여수시 망마산 자락의 복합문화예술공간 ‘예울마루’다.
망마산에서 여수 앞바다의 섬 장도 쪽으로 내려다보면 길이 152m의 거대한 유리 지붕이 펼쳐져 있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를 설계한 프랑스의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의 작품이다. 역동적인 계곡의 흐름을 형상화한 유리 지붕 아래에는 1,021석의 대극장과 302석의 소극장, 4개의 전시실이 들어서 있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고, 주변환경과의 조화를 추구한 친환경 건축 작품이다.
예울마루에는 ‘문화예술의 너울이 가득 넘치고 전통가옥의 마루처럼 편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 담겼다. 2012년 GS칼텍스가 1,100억원을 들여 70만㎡의 대지에 건립했다. 에너지 기업답게 유리지붕에 첨단 태양전지 시스템을 설치, 건물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건물의 설계ㆍ디자인과 에너지 시스템 못지 않게 공을 들인 것은 음향 설비와 객석 구조다. 대극장은 무대와 객석 맨 뒷좌석까지의 거리가 21m에 불과해 공연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어느 자리에서나 고른 음향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예울마루의 강점이다.
공연예술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여수에 국내 최고 수준의 공연장이 들어서면서 이 도시는 단숨에 전남 지역의 문화 예술 중심지로 떠올랐다. 첼리스트 양성원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연주회(2013년),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내한 연주회(2014년), 뮤지컬 ‘캣츠’(2015년),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2015년), 피아니스트 손열음 독주회 ‘모던 타임즈’(2016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2016년) 등 전국 순회 공연의 필수 코스로 ‘예울마루’가 선택됐다.
예울마루는 여수 시민들의 자랑거리가 됐다. 이은미씨는 “예전에는 서울의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광주로 가야 간신히 문화생활을 할 수 있었는데, 10,20분 거리에 멋진 공연장이 생겨 행복하다”며 “여수의 격을 높이는 예울마루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2012년 개관 후 예울마루에서 공연과 전시를 관람한 인원은 52만여명에 달한다. 여수의 인구가 30여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전 시민이 1.7회 문화생활을 즐긴 셈이다.
예울마루는 GS칼텍스가 펼치는 사회공헌 활동의 핵심 공간이기도 하다. GS칼텍스는 가정불화, 따돌림 때문에 정서적인 상처를 입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미술, 무용, 연극, 음악 활동에 참여시켜 심리치료를 하는 ‘마음톡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13개 마음톡톡 센터에서 640여명의 어린이들이 예술 치료를 받고 있다. 특히 매년 여름 2박3일 동안 집중 치료가 이뤄지는 마음톡톡 캠프가 열리는 곳이 예울마루다. 어린이들은 소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세미나실에서 집단 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존감과 사회성을 키운다. 3차례의 마음톡톡 캠프를 통해 400여명의 어린이들이 예울마루를 다녀갔다.
2012년 9월부터는 여수 지역 예술인들이 지역아동센터 10곳의 어린이들에게 합창, 기타, 바이올린, 판소리 등을 가르치는 재능기부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그 결과물인 ‘희망에너지콘서트’도 예울마루 소극장에서 열린다.
예울마루는 서울 등 대도시로 레슨을 받으러 가기 어려운 지방 학생들을 대상으로 예술가들의 재능 기부를 통한 마스터클래스도 진행하고 있다. 첼리스트 양성원, 서울시립교향악단 제2바이올린 수석인 임가진씨, 한국계 독일 첼리스트인 이상 엔더스 프랑크푸르트 음대 교수, 수원시립교향악단 한경진 악장과 첼로 부수석인 최주연씨 등이 예울마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2014년부터는 매년 ‘예울마루 음악캠프’를 열고 있다. 첫해에는 연세대 음대 교수와 학생 30여명이 3박4일 동안 예울마루에서 악기를 배우고 있는 여수 지역 초ㆍ중학생 30여명에게 1대1 집중 교육을 실시했고, 합동 연주회도 열었다.
지난해에는 전남문화예술재단과 함께 ‘도서지역 오케스트라 음악캠프’를 열어 여수 지역 뿐 아니라 전남 도서 지역 학생들까지 초청, 행사를 열었다. 이철웅 연세대 음대 교수와 연세대 음대생들, 전남 관악 윈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재능기부로 학생들을 지도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예울마루는 지역 주민들의 소중한 문화 공간이자 상처 받은 청소년들이 예술치료를 받는 힐링 공간”이라며 “마음톡톡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이 상처를 씻고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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