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흑자 축제
‘세계엑스포’ 타이틀 떼고 내실
올해 경제적 파급효과 111억원
국향대전 축제도 성공
꽃 신품종 개발하고 직접 생산
지난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열린 지역축제와 행사는 모두 1만6,828개에 달한다. 하루 평균 46개의 축제가 개최된 셈인데, 각 지자체가 여기에 쏟아 부은 돈만 8,291억원이다. 그러나 축제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은 1,227억원에 불과했다. 이 같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지역축제는 지자체의 재정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와중에 전남 함평군이 나비와 국화를 소재로 한 축제를 통해 2년 연속 흑자를 내 주목을 받고 있다. ‘돈 먹는’ 축제를 ‘돈 버는’ 축제로 탈바꿈시킨 안병호(69) 함평군수를 만나 그 비법을 들어봤다.
_올해 함평군이 개최한 나비축제와 국향대전의 성과는?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함평엑스포공원에서 열린 함평나비대축제에 전국에서 29만5,105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사업비 9억원을 투입해 입장수입금으로만 9억900만원을 벌었다. 군민 특산품 판매액도 11억8,000여만원에 달했다. 지난 10월 21일부터 17일간 개최된 국향대전에는 지난해보다 7,800여명이 늘어난 20만7,588명이 방문했다. 입장료 수입도 크게 늘어 7억5,20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7억4,000만원을 투입했으니 입장료 수입만으로도 흑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축제장 내 군민이 참여한 농특산물과 음식 현장판매도 전년보다 1억3,000만원이 많은 11억5,000만원의 매출을 거뒀다. 봄과 가을에 열리는 두 축제를 통해 8,000여만원의 재정 수입을 올렸다.”
_나비축제에 걸려 있던 ‘세계엑스포’라는 타이틀을 뗀 이유는?
“지난 2008년 열린 세계나비곤충엑스포는 성공적인 축제였지만 내실은 부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2008엑스포 개최비용은 총 549억원이었는데, 총 수익금은 137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411억8,000만원이 적자였다. 이는 결국 군민에게 부담으로 돌아갔다. 2013년 세계나비곤충엑스포엔 167억원 가량이 소요됐다. 그나마 줄이고 줄인 결과였다. 당시 함평군의 재정자립도(8.2%)는 전국 85개 군 단위 지자체 85개 중 84위였다. 또다시 수백억 원의 손해를 감수하며 엑스포를 개최하는 것이 과연 군과 군민을 위하는 길인지를 심사숙고 해야만 했다. 엑스포를 포기하는 대신 나비축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개최했다. 그 결과 올해 축제는 9억원을 투입해 9억9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수익률로 보자면 아마 전국 최고 수준이지 않을까 싶다.”
_축제 성공의 비결은?
“무엇보다 축제 기획부터 전시, 진행을 공무원과 군민들이 도맡아 추진하면서 소모성 예산을 줄인 덕분이다. 축제장을 장식하는 각종 나비와 수백여 종의 국화꽃들은 모두 우리군이 직접 개발하고 기른 것들이다. 곤충과 국화는 전담공무원이 각각 담당한다. 매년 씨를 뿌리는 시작부터 꽃을 기르는 중간 과정을 거쳐 축제장에 옮겨 심는 마지막까지 애정과 정성을 듬뿍 쏟았다. 또 축제에서 사용되는 국화를 자체 생산하고, 다양한 신품종을 개발한 것도 한몫했다. 우리 군은 축제시기에 맞고 농가 소득에도 기여하기 위해 2009년부터 신품종 개발에 진력해 왔다. 그 결과 지금까지 분재국 10종, 현애국 3종 등 총 13종의 품종보호권을 획득했다.”
_어떤 계기로 축제에 변화를 주게 됐나?
“나비대축제는 청정지역을 부각했다. 지역의 친환경이 특산물과 곤충 등으로 조화를 이루어 냈다. 국향대전을 2004년부터 개최했다. 그런데 관광객은 많이 찾아오는데 군민들은 크게 체감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함평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관광객 방문이 지역소득과 연계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축제 장소를 읍내와 가까운 엑스포공원으로 옮기고 군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판매장터를 대폭 늘렸다. 또 축제장과 관내 어디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축제쿠폰을 발행했다.”
_지역군민에게는 소득 등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축제를 보러 온 관광객들 덕분에 지역경제도 좋아졌다. 축제장 주차장은 오전이면 꽉 차고 축제장 주위와 읍내까지 차들이 넘쳐난다. 점심 때면 축제장 안은 물론 주위 상가까지 밀려드는 손님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식당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주말이나 연휴엔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다. 올해 나비축제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111억3,000만원으로 분석됐다.”
_축제도 수출한다는 얘기가 있다. 서울 조계사에도 함평 국화로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지역 특산품 홍보도 하고 수입도 올렸다.
“지난 10월 7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제6회 국화 향기 나눔전’을 통해 함평에서 만든 각종 국화작품을 전시했다. 일주문 입구에 국화로 사슴 한 쌍을 조성하고 동선을 따라 쌍룡, 호랑이 등 다양한 국화조형물과 분재를 배치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전시회는 국향대전과 함께 함평의 친환경 농특산물을 홍보하기 위해 2011년부터 개최하고 있다. 특히 조계사 내에 함평쌀이 공양미로 사용돼 연평균 10억원 안팎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_축제의 성공은 지역 관광과 연계가 되는가?
“축제 덕분에 양서파충류생태공원이 새로운 사계절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능구렁이, 까치살모사 등 국내종과 외국종인 킹코브라, 사하라살모사, 돼지코뱀 등 89종 700여 마리를 볼 수 있다. 올해에만 1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갔다. 주말과 휴일이면 이곳을 찾는 아이들이 3,000~5,000명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다.”
함평=글ㆍ사진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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