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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자동차 현대사] 쌍용차의 꿈이 담긴 ‘체어맨’

입력
2016.12.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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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완성차 메이커를 꿈꾼 쌍용자동차가 벤츠와 기술제휴를 통해 4년간 개발해 1997년 출시한 1세대 체어맨. 쌍용자동차 제공
종합 완성차 메이커를 꿈꾼 쌍용자동차가 벤츠와 기술제휴를 통해 4년간 개발해 1997년 출시한 1세대 체어맨. 쌍용자동차 제공

수입차 중에는 1억원을 넘는 차들이 부지기수지만 국산차에게 1억원은 넘기 힘든 장벽이었다. 그 벽을 처음 돌파한 게 2008년 2월 출시된 쌍용자동차의 ‘체어맨 W 리무진’이었다. 당시 이 차의 가격은 1억200만원이었다.

이런 체어맨은 ‘코란도’와 ‘무쏘’를 만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명가 쌍용차가 승용차 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발판이었다. ‘글로벌 톱10’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논리 아래 규모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진 1990년 전후의 얘기다.

쌍용차는 93년 2월 독일 벤츠사와 기술제휴를 맺고 본격적으로 승용차 개발에 나섰다. 쌍용차가 모든 역량을 집중한 ‘W카 프로젝트’는 개발기간 4년에 4,500억원을 쏟아 부은 역작이었다. 벤츠의 후광 효과를 톡톡히 누린 기술제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체어맨은 벤츠가 E클래스용으로 사용한 W124 플랫폼을 기반으로 완성됐다. 직렬 4기통 2.3ℓㆍ직렬 6기통 2.8ℓ와 3.2ℓ의 세 가지 가솔린 엔진에 5단 자동변속기가 붙었다.

체어맨 1호차의 주인공은 김석준 쌍용그룹 회장이었다. 그는 쌍용차가 쌍용그룹에서 분리된 뒤에도 체어맨을 고집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까지 18년간 33만㎞를 탄 체어맨을 쌍용차에 기증하고, 다시 체어맨 W를 구입하며 쌍용차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줬다.

체어맨은 E클래스에 필적할만한 성능과 승차감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누릴 수 있다는 입소문으로 인기를 끌었다. 현대자동차 ‘에쿠스’와 제너럴모터스(GM) ‘캐딜락’ 등 쟁쟁한 대형 세단을 제치고 99년 4월 방한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의전차량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벤츠 소유자들이 순정품보다 저렴한 체어맨 부품을 찾는 일도 많았다.

2008년엔 2세대 모델 ‘체어맨 W’가 등장했고, 1세대 체어맨은 ‘체어맨 H’로 이름을 바꿔 판매됐다. 체어맨 W는 벤츠 S 클래스 수준을 지향한 최고급 세단이었다. 8기통 5.0ℓ 엔진에 7단 자동 변속기의 조합은 국내 최고급 세단의 면모를 과시했다.

쌍용차는 체어맨 W에 무단 전자제어 서스펜션(IECS), 승용형 사륜구동, 10개의 에어백, 17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7.1채널 하만카돈 오디오 등 당대 최고의 기술과 장비를 아낌없이 적용했다. 특히 최고급 가죽과 원목, 첨단장비로 무장하고 넓은 실내공간까지 확보한 체어맨 W 리무진은 국산차의 영역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쌍용차는 체어맨의 성공에 중형 세단으로 차종을 확장하려 했지만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다. 90년대 말 쌍용그룹 해체, 대우자동차ㆍ상하이자동차로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종합 완성차 메이커로 도약하겠다는 쌍용차의 꿈은 점점 더 멀어져 갔다.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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