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대표 장 지지세요! 속 시원하신가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솥뚜껑에 장을 지지는 합성사진이 대형 화면에 뜨자 시민들은 광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10일 오후 4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 사전공연에 출연한 가수 DJ DOC는 시민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DJ DOC가 대표곡 ‘DOC와 춤을’을 부르기 시작하자 아이를 목말 태운 아버지는 덩실덩실 춤을 췄고, 사람들이 손에 쥔 피켓은 콘서트장 야광봉처럼 격하게 흔들렸다. 이어 박근혜 게이트를 비판한 신곡 ‘수취인불명’이 흘러 나오자 시민들은 노래에 맞춰 점프를 하며 광장 온도를 한껏 끌어 올렸다. DJ DOC는 거침없는 평소 발언대로 “탄핵은 첫 단추일 뿐 아직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보내버릴 사람이 많다. 조만간 그 명단을 뽑아서 노래를 만들겠다”고 말해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꼭 일주일 전 엄숙함이 감돌았던 광장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었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순실증(최순실+우울증)’을 극복한 시민들은 7차 촛불집회에 나와 축제를 만끽했다. 신나는 분위기는 오후 6시 시작된 본 집회에서 절정을 맞았다. 첫 무대 출연자인 가수 권진원이 전통민요인 아리랑을 부르자 광장을 채운 60만여명의 시민들은 촛불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바통을 이어 받은 유경근 4ㆍ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오늘 갑자기 무대에 올라오라고 했는데 미리 알았으면 관리 좀 받고 백옥주사도 맞았을 텐데 아무것도 못했다”고 농을 던지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유 위원장은 “어제 국민 모두가 이뤄낸 탄핵안 가결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젠 정말 (세월호 진상규명을) 할 수 있겠구나’하는 희망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오후 7시 1분 소등 퍼포먼스 이후 무대에 올라 무반주로 애국가를 열창한 이은미의 무대에서는 감동의 하모니가 연출됐다. 이씨가 중간에 노래를 멈추고 마이크를 건네자 참석자들은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후렴구를 떼창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했다. 이씨는 “진정한 영웅은 이 자리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여러분”이라고 했다. 그가 “부정부패의 역사가 청산될 때까지 늘 깨어 있겠느냐”고 묻자 “네~”라는 화답이 광장에 울려 퍼졌다.
시민들 역시 온몸으로 탄핵안 가결의 기쁨을 표현했다. 탄핵 직후 지인 6명과 ‘탄핵축하 핵가무단’을 결성한 민중미술가 임옥상(66)씨는 푸른빛이 감도는 네온사인을 몸에 감은 뒤 인간 크리스마스트리가 되어 흥을 보탰다. 유석영(18)양 등 레드카드 행진단은 루돌프 머리띠와 산타 모자,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현빈 트레이닝복 등을 입고 나와 행진하면서 생일축하노래를 개사한 ‘탄핵축하곡’을 불렀다. 유양은 “탄핵을 통해 대한민국이 새로운 나라로 거듭날 수 있다고 확신했다”며 탄핵 축하케이크 모형을 자랑스럽게 들어 보였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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