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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탄핵 가결과 인간띠 잇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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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탄핵 가결과 인간띠 잇기

입력
2016.12.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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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손을 잡고 줄지어 서는 인간띠 잇기에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 국민이 1989년 8월 23일 만든 인간띠도 그랬다. 3개국의 수도를 연결한 인간띠는 길이가 무려 620㎞에 이른다. 참가자 200만명은 세 나라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었다. 이들은 미리 길에 나와 있다가 오후 7시 손을 잡고 15분간 독립과 자유를 외쳤다. 세 나라는 얼마 뒤 소련에서 독립했으니 소망을 이룬 셈이다. 이 행사는 2009년 ‘발트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 한국에서는 1993년 8월 15일 6만여명이 참가해 독립문에서 임진각까지 48㎞를 이은 적이 있다. 애초 북한 측도 참가해 판문점에서 남북이 손을 잡으려 했으나 북한이 거절해 남한만의 행사가 됐다. 참가자들은 임진각에서 북녘을 바라보며 오색 띠를 들고 ‘우리의 소원’을 불렀다. 기독교계가 중심이 된 행사지만 정부가 후원을 했으니 민관이 힘을 합친 통일운동이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통일운동의 새로운 상징이자 이정표로 꼽을 만하다”며 “그 자체로 감격과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남음이 있다”고 썼다.

▦ 인간띠가 염원만 담은 것은 아니다. 억울한 죽음을 맞거나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잠긴 이에게 추모와 위로를 전하는 것도 인간띠다. 2년 전 세월호 사고로 304명이 목숨을 잃었을 때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도 인간띠가 만들어졌다. 시민들이 노란 끈을 하나로 연결해 분향소 주변을 감싼 다음 고개 숙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하늘에서는 부디 편안하게’라고 쓴 노란 풍선을 날렸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테러가 일어났을 때도 여러 나라에서 인간띠를 만들어 테러 반대의 뜻을 나타내고 희생자를 추모했다.

▦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밤 많은 시민이 여의도를 찾았다. ‘주권 회복’ 등을 적은 만장을 들고 인간띠를 만들어 2.5㎞에 이르는 국회 담장 에워싸기에 나섰지만 경찰 차벽에 막혔다. 표결 당일인 9일에도 인간띠를 만들려 했으나 역시 뜻대로 하지 못했다. 국회를 포위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염원이 간절해서인지 탄핵안은 가결됐다. 손으로 온기를 나누며 하나가 되는 인간띠는 나도 당신과 뜻이 같고 당신과 함께 하겠다는 연대감의 표시다. 시민들의 그런 연대감이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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