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35명 국회 표결과정 방청
“의혹에 관심 가져준 국민에 감사”
“국민 촛불 만세! 엄마 아빠 만세!”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9일 오후 4시10분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 한 편에서 환호의 노란 물결이 일었다. 노란색 점퍼를 맞춰 입고 역사의 현장에 선 세월호참사 유가족 35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로의 손을 붙잡고 오열했다. 참사 후 한 맺힌 2년 7개월의 기억이 머리에 스친 듯 “감사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경기 안산 단원고 희생자 남지현양의 아버지 태식씨는 “세월호 7시간 의혹에 관심을 가져 주고 촛불로 광화문광장을 채워 준 국민 덕분”이라며 “가슴앓이만 했던 지난 세월을 잠시 잊을 만큼 벅차다”고 감격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소속 회원 40명은 이날 탄핵안 표결 절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숨죽여 지켜 봤다. 더불어민주당이 당 몫으로 배정된 본회의 방청권 40석을 모두 유가족들에게 제공한 덕분이다. 본회의 시작 30분 전 방청석에 자리잡은 이들은 회의장으로 들어서는 의원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눈에 담으며 침묵으로 가결을 압박했다.
1시간 넘게 진행된 표결 과정 내내 방청석에서는 탄성과 환호가 교차했다. 고 강승묵군 어머니 은인숙씨는 “보고 싶지 않은 의원들도 많지만 박 대통령을 단죄하는 첫 출발을 목도하고 싶었다”며 “또 다시 외면 받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대한민국이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렌다”고 말했다.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던 유가족들은 김관영 국민의당 수석원내부총무가 탄핵안 제안 설명 도중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경위나 구조 진행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언급할 때부터 흐느끼기 시작했다. 고 임요한군 어머니 김금자씨는 “가슴 깊숙이 쌓인 앙금과 한을 어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투표소로 향할 때는 야유도 터져 나왔다. 유가족은 뒤늦게 회의장에 도착해 투표를 하자마자 자리를 뜬 친박계 서청원 의원을 향해 “박 대통령의 부역자들은 창피한 줄 알라”며 고함을 치기도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입에서 ‘가결’이란 단어가 흘러나오는 순간, 80개의 눈에는 일제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유경근 4ㆍ16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탄핵이 결정되면서 세월호 진상이 규명될 날도 가까워진 것 같다”며 “박 대통령을 단순히 권좌에서 끌어 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 찾기를 위한 출발점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활동이 정지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도 다시 진상규명에 힘을 모을 계획이다. 김형욱 특조위 언론팀장은 “국회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의 정치적 책임자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다”며 “국정조사 등을 통해 새롭게 밝혀진 부분을 지속적으로 검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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