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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분 ‘질서 있는 처리’… 친박 좌장 최경환 유일하게 표결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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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분 ‘질서 있는 처리’… 친박 좌장 최경환 유일하게 표결 불참

입력
2016.12.09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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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표 예상 넘자 여야 모두 놀라

이정현 눈시울…지도부 고개 떨궈

‘환호ㆍ박수 금지령’ 민주당은 자중

정세균 국회의장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회의장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무거운 침묵 속에 70분 만에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환호도, 야유도 없었다.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모인 300명의 대리인들은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을 엄중하게 받들었다.

9일 국회 본회의장은 시종일관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였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통과 당시 여야 의원들이 몸싸움까지 불사하며 한바탕 전쟁을 치렀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당시 탄핵안이 가결되자 여당 의원들은 오열하며 저항했고, 야당 의원들은 환호하며 박수를 쳤었다.

이날 오후3시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는 일부 의원들 손에는 시민단체에서 탄핵 가결을 염원하며 나눠준 ‘탄핵 장미’가 한 송이씩 쥐어져 있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장미를 뿌리치며 굳은 표정으로 입장했다. 국민의당 탄핵추진단장을 맡은 김관영 의원의 낭독으로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반 사항 등을 적시한 탄핵안 제안 설명이 17분간 울려 퍼지는 동안 본회의장에는 참담한 공기만 감돌았다.

여야 의원들 공히 착잡한 모습이었지만, 침통함은 새누리당이 더 했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죄인인 듯 고개를 떨궜고, 이정현 대표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김무성 전 대표는 한숨을 쉬거나, 천장을 응시했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는 정진석 원내대표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3시 24분부터 시작된 투표는 질서 있게 30분 만에 마무리됐다.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이 야당 의원들 대열에 동참해, 투표를 일찍 마쳤다. 반면 이정현 대표와 서청원 등 친박계 의원들은 ‘망부석’처럼 정면만 응시한 채 앉아 있었다. 마지못해 투표에 나선 이정현 대표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은 끝내 표결에 동참하지 않고 자신의 명패만 덩그러니 남긴 채 본회의장을 떠났다. 서 의원 등은 도망가듯 제일 먼저 회의장을 빠져 나갔지만, 한 방청인에게 “박근혜 부역자”라는 비난을 들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탄핵안 결과는 감표 의원들이 동요하면서부터 미리 감지됐다. 이들은 ‘OK 사인’을 보내거나, 손가락으로 수화하듯 숫자를 표시하며 압도적 가결 소식을 알렸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외마디 함성과 함께 주먹을 치켜 올렸다. 그러나 나머지 야권 의원들은 굳게 입을 다문 채 차분함을 유지했다. 본회의 직전 더불어민주당은 ‘환호, 박수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노무현 박근혜 탄핵소추 사유 비교
노무현 박근혜 탄핵소추 사유 비교

여야 각 당 지도부는 의원총회를 곧바로 소집해 탄핵 이후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탄핵안 표결에 앞서 야권과 새누리당 친박계는 탄핵 가결과 부결을 위해 막판까지 총력을 다했다. 전날 국회에서 밤을 꼴딱 지샌 야3당은 탄핵 무효표 방지 교육까지 진행하며, 이탈표 방지에 만전을 기했다.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소집해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비박계 막판 설득에 나섰지만, 그러나 이미 탄핵으로 기운 대세를 거스르기는 역부족이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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