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예상보다 압도적인 가결이었다. 국회는 국민에게 부여 받은 권리인 탄핵소추로서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반을 고발했다.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건 헌정사상 두 번째다. 이날부터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는다.
국회는 9일 오후 3시 본회의를 열어 탄핵안을 상정, 표결에 부친 결과 재적의원 300명 중 299명이 참여해 찬성 234표로 가결시켰다. 반대와 기권은 각각 56표와 2표였다. 무효도 7표나 됐다. 야권과 무소속 의원 172명이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새누리당에서 62명이 탄핵에 동의한 것이다. 본보(9일자 1ㆍ3면)가 7~8일 이틀간 새누리당 의원 전원을 상대로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하면 비박계와 중립성향 의원 54명이 모두 찬성 표결했고, 친박계에서도 8명 이상의 이탈이 있었다고 분석된다.
12년 전인 2004년 3월 12일 당시 박관용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끌려나가며 항의와 눈물, 호소 속에 치러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표결 때와는 달리 ‘질서 있는 표결’이었다. 여야 의원들은 투표 선언이 되자마자 줄 지어 기표소로 들어가 투표권을 행사했다. 친박 실세이자 핵심인 최경환 의원은 투표하지 않고 본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이날 재적의원 300명 중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은 그가 유일했다.
표결에 앞서 국민의당 원내수석대표인 김관영 의원은 탄핵안을 공동발의한 야3당의 대표로 나선 제안설명에서 “박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집무집행과 관련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며 “이는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것이고,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해 준 신임을 근본적으로 저버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국회의 탄핵의결서를 받은 즉시 박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됐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안 가결 소식을 듣고 국무위원 간담회를 소집해 “저의 부덕과 불찰로 이렇게 큰 국가적 혼란을 겪게 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특검의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 가짐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도 이날 국회의 탄핵의결서를 송달 받고 최장 180일 간의 탄핵 심판 절차에 들어갔다.
황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해 “권한대행으로서 안보에 한 한치의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치안에도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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