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은 헌정사에서 두 번째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의사봉을 잡은 입법부 수장이 됐다. 정 의장은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자 “더 이상 헌정사의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소회가 담긴 발언을 했다. 정 의장 개인적으로도 이번 탄핵안 가결은 12년 만에 반복된 역사의 아이러니다. 정 의장은 2004년 3월 12일 열린우리당 의원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 표결 결과를 발표하려던 박관용 국회의장을 향해 몸을 던져 막으려 했다. 하지만 이날은 입법부 수장으로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 결과를 발표하고 의사봉을 두드렸다. 투표 중간에는 의장석을 내려와 투표권을 행사했다.
정 의장은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찬성 234표로 가결된 직후 마무리 발언을 통해 “국민의 마음 또한 한없이 무겁고 참담할 것”이라며 “비록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될지라도 국정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수개월간 국정은 사실상 마비상태였다. 이제 탄핵안이 가결된 이상 더 이상 혼란은 없어야 한다”면서 “우리 경제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여 있다“고 경제적 파장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오늘 탄핵안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은 상당부분 해소됐다”며 “공직자들은 한치의 흔들림 없이 민생을 돌보는 일에 전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정 의장은 “이제 탄핵안은 우리 손을 떠났다.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 국회도 국정의 한 축으로서 나라가 안정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며 여야가 협치로 국정을 풀어갈 것을 강조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4시15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정본과 등본에 사인한 뒤 의사국장을 통해 권성동 법사위원장에게 전달, 국회의장으로서 역할을 마쳤다. 본회의에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을 서로 하겠다고 나서자 정 의장은 “그런 문제로 시끄러워져서는 안 된다”며 친정인 민주당을 설득해 국민의당이 하도록 정리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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