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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청년' 김영근 "예선 또 떨어졌으면 차 수리 기술 배웠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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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청년' 김영근 "예선 또 떨어졌으면 차 수리 기술 배웠을 것"

입력
2016.12.0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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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 2016’ 우승을 차지한 김영근은 시청률이 낮아서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많은 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Mnet 제공
‘슈퍼스타K 2016’ 우승을 차지한 김영근은 시청률이 낮아서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많은 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Mnet 제공

하마터면 가요계가 귀한 목소리를 잃을 뻔했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음악을 그만 두고 친형에게 자동차 수리 기술을 배우기로 했었단다. 2011년부터 5년 연속 Mnet 오디션프로그램 ‘슈퍼스타K’에 지원했으나 지역예선 문턱도 넘어서지 못하다 여섯 번째 도전 무대에서 반전 드라마를 썼다.

9일 오후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서 마주한 ‘슈퍼스타K 2016’ 우승자 김영근(20)은 전날 생방송으로 치러진 결승전을 되새기며 “실감이 안 난다”고 얼떨떨해했다. “제 노래에 스스로 만족할 수만 있다면, 솔직히 매 라운드 합격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마음으로 계속 노래를 했던 건데, 우승까지 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아직도 떨리는지 앳된 얼굴이 빨개졌다.

김영근의 이름 앞엔 뭉클한 수식어들이 붙는다. 누군가는 ‘흙수저의 반란’이라 했고, 다른 이는 데뷔 전 환풍기 수리공으로 일했던 가수 허각과 비유해 ‘제2의 허각’이라 불렀다. 김영근은 경남 함양군 지리산 자락의 작은 마을에서 홀로 가수의 꿈을 키웠다. 정식 음악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고등학교 졸업 뒤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기도 했다. 눈에 띄는 외모도 아니고 말주변도 없어서 그 스스로 “스타성이 없다”고도 말한다. “마치 출근하듯이 지원했다”는 ‘슈퍼스타K’ 외에도 많은 가요제에서 탈락했지만 “음악을 포기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적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젠 떨어지는 일에 익숙해요. 그래서 크게 힘들진 않았어요. 오히려 제 부족함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죠.”

김영근이 예선 1라운드에 등장하자 심사위원들은 술렁였다. 그의 때 묻지 않은 목소리와 깊은 감성에 영혼을 빼앗겼다. 작곡가 용감한 형제는 “노래다운 노래를 들었다”고 감탄했다. 이때부터 김영근은 유력 우승후보로 손꼽혔다. 그는 “내가 노래를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고 주변에 들어주는 사람도 없어서 고민이 많았는데, ‘노래다운 노래’라는 칭찬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김영근은 가수 거미 김연우 김범수 에일리 등 심사위원 7명의 도움을 받아 앨범을 발매한다. 상금 5억원도 받는다. “노래로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당찬 목표를 밝힌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30~40년 후 “역시 김영근”이라는 말도 들어보고 싶단다. 그러면서 수줍게 보탰다. “김범수 선배님을 정말 존경해요. 말하기 좀 어려운 얘기인데, 나중에 김범수 선배님과 같은 무대에 서 보고 싶어요. 몇 십 년 후에라도요.”

훗날 일은 우선 제쳐두고, 결승전까지 8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쳤으니, 긴장에서 풀려나 자유의 시간을 만끽해야 할 때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을 묻자 “(서울)동묘 벼룩시장에서 옷 쇼핑을 하고 싶다”고 엉뚱한 답을 들려준다. 그가 방송에 입고 나온 자신의 옷은 주로 ‘동묘표’란다. 그가 설레는 표정으로 털어놓은 쇼핑 다음의 놀거리 얘기에 인터뷰실에선 웃음꽃이 피었다. “자취집이 있는 (인천)부평의 시내를 실컷 돌아다니고 싶어요. 그리고 PC방에도 갈래요. 스무살 전까지는 게임을 몰랐는데, 친구를 잘못 만나서 게임에 푹 빠져버렸어요. 시간이 곧 나겠죠?”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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