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으로 차입금 4조 감소
3분기 영업이익 1조 실적 개선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권오준(66ㆍ사진) 포스코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혔다. 1994년 취임한 김만제 회장 이후 역대 포스코 수장들이 모두 연임에 성공했고, 임기 중 진행한 구조조정의 성과로 올해 실적이 크게 개선된 점 등을 고려하면 권 회장의 연임에 큰 걸림돌은 없어 보인다. 다만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점은 부담이 되고 있다.
9일 포스코에 따르면 권 회장은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지난 3년간 추진해 온 정책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고 남아있는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회장직 연임 의사를 표명한다”며 “회사 정관과 이사회 규정에 따른 향후 절차를 충실히 따르겠다”고 말했다. 2014년 3월 8대 회장으로 취임한 권 회장의 임기(3년)는 3개월 이상 남았지만 포스코 사규에 따라 임기 종료 3개월 전까지 연임 혹은 퇴임 의사를 밝혀야 한다.
권 회장이 연임 도전을 공식화함에 따라 포스코는 곧 바로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된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린 뒤 단일 후보로 자격심사를 하게 된다. 심사 결과 내년 1,2월 중 연임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포스코의 사외이사는 이명우 동원산업 대표, 신재철 전 LG CNS 대표, 김일섭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선우영 법무법인 세아 대표 변호사,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등 6명이다.
포스코 안팎의 분위기는 권 회장의 연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임 회장 시절 계열사가 32개에서 67개로 늘어날 정도로 경영이 방만했다는 지적을 받았던 포스코는 권 회장 취임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취임 당시 26조2,470억원에 달했던 차입금은 지난 3분기말 기준 21조7,610억원으로 4조4,860억원이나 감소했다. 70.4%로 낮아진 부채비율은 연결회계기준을 도입한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엔 연결기준으로 창사 이후 첫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선 3분기에만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실적을 회복했다.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조3,725억원이다. 포스코의 개별 영업이익률(14%)은 20분기 만의 최고 수준이다.
권 회장 취임 당시 구조조정 목표로 세운 안건 149건 중 이미 98건이 달성됐고 이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도 연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점은 변수다. 권 회장은 최순실씨의 측근이었던 차은택씨가 포스코의 옛 광고 자회사인 포레카 지분을 강탈하려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과 관련,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CEO후보추천위원회는 권 회장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들을 철저히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과거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이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가결된 만큼 오히려 정치권의 영향력을 최소화해 경영 능력만으로 회장을 결정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