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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상태 극복한 프로복서 “복싱 폐지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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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상태 극복한 프로복서 “복싱 폐지해선 안돼”

입력
2016.12.0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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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회복한 영국의 전 프로복서 제롬 윌슨(31). 제롬 윌슨 인스타그램
뇌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회복한 영국의 전 프로복서 제롬 윌슨(31). 제롬 윌슨 인스타그램

복싱 경기에서 부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져있었던 영국의 프로복서가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한 뒤 “그래도 복싱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화제다.

영국 BBC 라디오는 8일, 경기 중 뇌출혈로 10일 간 혼수상태에 빠져있다 의식을 되찾은 웰터급 프로복서 제롬 윌슨(31)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윌슨은 2014년9월 영국 셰필드에서 열린 프로복싱 경기 6라운드에서 상대 세르지 암보모(30)의 펀치를 얻어맞고 의식을 잃었다. 혼수상태에 빠진 그는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BBC는 윌슨이 사고가 있던 경기 전날 밤부터 불길한 예감을 직감했으며, 갑작스럽게 아들에게 메시지를 남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도 두려워한 적 없고, 세르지 암보모도 무섭지 않았다”면서도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무언가 나쁜 일이 반드시 내게 들이닥칠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윌슨은 경기를 하루 앞두고 결국 아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나는 내일 밤 매우 위험한 경기를 앞두고 있어. 만약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엄마와 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자”는 내용이었다.

링 위에서 쓰러진 윌슨은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고, 뇌압을 낮추기 위해 두개골의 25%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가족들에게 혼수상태에 빠진 윌슨이 후일을 기약하기 어렵다고 말했지만, 그는 수술 10일 후에 가까스로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다. 윌슨은 혼수상태에서 벗어난 지 11개월 만에 두개골이 비어있는 자리에 티타늄으로 된 보호막을 삽입했다.

제롬 윌슨(31)과 그의 아들. 제롬 윌슨 인스타그램
제롬 윌슨(31)과 그의 아들. 제롬 윌슨 인스타그램

윌슨은 사고 이전과 똑같은 삶을 살기 어렵다는 현실을 직면하면서 조금씩 잃어버렸던 감각을 되찾아갔다. 그는 “아주 어두운 시기였다. 감각으로 받아들인 정보를 처리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고, 신경을 다쳐 마음먹은 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면서 “사고를 당하기 전과 같은 사람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걸 받아들여야 했다”고 눈물을 흘렸다.

일반인과 차원이 다른 펀치력을 갖고 있는 복서들이 장시간 서로의 안면에 주먹을 주고 받는 복싱 무대에서 뇌출혈 사고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한국에서도 김득구(1982년ㆍWBA 라이트급 타이틀전) 이동춘(1995년ㆍ일본 밴텀급 타이틀전) 최요삼(2007년ㆍWBO 플라이급 인터콘티넨탈 타이틀 1차 방어전) 배기석(2010년ㆍ한국 슈퍼플라이급 챔피언 결정전) 등이 부상으로 목숨을 잃었다. 복싱의 세계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사람을 죽이는 스포츠라며 복싱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다.

그러나 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했던 윌슨은 그런 이유로 스포츠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복싱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혼수상태에서 죽었을 지도 모른다”면서 “사람들이 복싱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로 내 사례를 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이어 “재활치료를 받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나의 상황을 비관했지만 복싱을 했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다”며 “사람들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계단에서 구르며, 화장실에서 넘어지기도 한다. 복싱도 위험하다. 그러나 그게 삶”이라고 덧붙였다.

정우진 인턴기자(연세대 사회학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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