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은
표결 전 코스피 0.31%↓ 마감
盧 탄핵 때보다 환율 등 안정적
黃권한대행 체제 관리 모드로
“기업들 자율성 확대” 기대감
탄핵 정국 장기화 땐 침체 가속
“경제사령탑 교통정리 서둘러야”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이 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탄핵부결→대규모 국민 반발→국정마비’의 부결 시나리오가 초래할 사상 초유의 불확실성에서 벗어난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국내 경제의 기초체력에 비춰 탄핵안 가결이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향후 헌법재판소의 심판과 조기 대선을 둘러싼 국정 혼란이 장기화하면 경제 전반이 정치적 불확실성에 짓눌릴 가능성이 큰 만큼 현 경제 컨트롤타워 공백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이번 탄핵 사태가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31%(6.38포인트) 하락한 2,024.69에 마감했다. 원ㆍ달러 환율은 7.4원 오른 1,165.9원에 거래를 마쳤다. 물론 탄핵안 표결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장이 마감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12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당일(2004년 3월12일) 코스피가 2.4% 급락하고 원ㆍ달러 환율이 11.8원 급등한 것과 비교하면 안정적이었다는 평가다. 탄핵 후 첫 장이 열리는 월요일(12일)에도 큰 변동성은 없을 거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단 시장의 예상대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불안감이 많이 해소됐다”며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때도 금융시장이 하루 이틀 조정을 받는 선에서 그쳤다”고 말했다.
실물경제에 직접적으로 미칠 부정적 여파 또한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교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체제 아래 정부가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는 대신 관리 모드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돼 오히려 기업들의 의사결정 자율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낙관적인 관측에는 국정의 조기수습 및 안정화라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다. 만약 헌법재판소 심판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뜩이나 취약한 실물경제의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수출 부진과 내수 둔화에 곧 이어질 미국 금리인상 등 경제를 둘러싼 불안정한 대내외 여건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장기화하면 진짜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 또한 “2004년에는 고성장 경제에 일시적인 정치충격이 가해진 정도였으나 지금은 경제가 병을 앓고 있다”며 “하루 빨리 새로운 정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경제만큼은 정국과 무관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경제 사령탑 ‘교통정리’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신임 경제부총리에 내정됐지만 인선 지연으로 유일호 경제부총리와의 ‘어색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는 “대통령 권한대행인 국무총리는 정치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경제부총리가 각 부처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정책을 추진하면서 경제 부문을 책임지는 식의 ‘이원화’ 방식으로 국정이 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립대 교수 또한 “임 위원장을 새로 임명하든, 아니면 현 유일호 부총리 체제로 그대로 가든 경제를 이끌고 가는 사령탑이 누구인지 명확히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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