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막으려 선임계 없이 변호
수사상황 캐내 공유하고 3억 받아
법원 “정당한 판결까지 왜곡” 지적
정운호(51ㆍ구속 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전관(前官)의 입김’으로 구명 청탁을 해주는 명목으로 거액의 뒷돈을 챙긴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57ㆍ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김도형)는 9일 홍 변호사에게 “친분ㆍ연고관계인 수사책임자와 부정하게 접촉하는 영향력을 행사해 정운호의 구속 수사를 면하게 해주겠다거나 수사 확대를 막아준다는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3년의 실형과 추징금 5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관예우 문제로 인해 정당하고 자연스러운 수사ㆍ재판 결과도 부당한 영향력 행사로 왜곡된 성과인양 잘못 인식되게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올 4월부터 불거진 법조비리 ‘정운호 게이트’의 장본인인 정씨를 구명하기 위해 홍 변호사가 ‘검은 변론’(변호사법 위반)을 했음을 인정했다.
정씨는 지난해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되거나 도박빚을 회삿돈으로 정산해 횡령 혐의로 수사가 확대되는 상황을 막아보려고 홍 변호사에게 3억원을 줬다. 이에 홍 변호사는 변호사 선임계를 내지 않고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였던 최윤수(49) 국가정보원 2차장을 지난해 8~9월 만나 수사 진행상황, 소환일정, 선처 가능성 등을 문의했다. 정보를 얻은 홍 변호사는 정씨에게 “구속을 목표로 수사하는데 확실한 증거가 없어 소환일정을 못 잡고 있는 것 같다”며 귀띔했다. 재판부는 이 대목에서 “수사책임자와 과거 근무 인연 등 친분 관계가 아니라면 알아낼 수 없는 정보로 보인다”며 “수사기관이 파악하고 있는 내용에 맞춰 증거를 조작하거나 허위 진술을 준비해 수사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홍 변호사는 정씨와 정씨와 함께 도박한 김모씨 등과 ‘가짜 화장품을 단속하러 (마카오로) 출국했다’는 등 허위 진술을 준비해 검찰 수사에 대비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후 도박장업자가 체포되자 입을 맞춘 허위진술 변론계획을 포기하고 횡령 혐의 수사 확대 방지를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향후 수사확대 방지(와) 구형 등 최소화에 힘써보자’ ‘차장(검사) 부장(검사) 통해 추가 수사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얘기됐어’등 홍 변호사가 정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들통난 것이다.
홍 변호사는 법정에서 “구속 직전 불안해하는 정씨를 안심시키려 보낸 것”이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도박 채무 정산자금 출처 등 추가 수사가 얼마든지 계속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홍 변호사가 수사팀 내부 분위기를 파악해서 구속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되기도 전에 그런 문자를 보낸 것은 둘 사이에 (수사 확대를 막으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변호사가 감사원 적발로 투자한 수백억원을 날릴 위기에 처한 정씨의 매장 임대사업 유지 청탁 명목으로 2011년 2억원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도 유죄로 인정됐다. 그는 서울메트로 사장을 만나 청탁했으나 거절 당했다. 홍 변호사가 2011년 9월~지난해 12월 수임신고 57건을 누락해 거액을 탈세한 혐의도 유죄가 됐다. 다만 탈세액 15억여원 중 13억여원만 인정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