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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독재 시절 대통령긴급조치 9호를 위반해 불법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수감됐던 원혜영(64)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0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윤준)는 대통령긴급조치 9호 및 집시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던 원 의원과 박인배(63) 전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위헌ㆍ무효인 긴급조치 9호를 적용해 기소됐던 부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효력을 잃은 옛 집시법 조항을 적용해 기소된 부분은 모두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는 발동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원 의원과 박 전 사장은 서울대 재학 중이던 1975년 11월 대학생들을 포섭해 긴급조치 9호 선포를 비판하는 집회ㆍ시위를 열었다는 이유로 기소돼 이듬해 2월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1년6월을 선고 받았다. 원 의원 등은 긴급조치 9호 선포 직전인 75년 4월 서울대 캠퍼스에서 벌인 시위에도 집시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추가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한 2심은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고, 76년 9월 판결로 최종 확정됐다.
75년 5월 선포된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을 부정ㆍ반대ㆍ비방하거나 폐기하라고 주장하는 행위를 모두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도록 규정해, 79년 12월 해제될 때까지 수백 명이 구속되는데 악용됐다. 대법원은 2013년 4월 긴급조치 9호에 대해 위헌ㆍ무효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은 2014년 1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두 사람의 재심 청구를, 재심 재판부는 두 사람의 신청으로 옛 집시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받아들였다. 옛 집시법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되면서 과거 해당 조항을 근거로 처벌받은 사람들도 혐의를 벗게 됐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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